잠 못자는 한국인…슬립테크 뜰만하네[생활속산업이야기]

노희준 기자I 2024.08.24 09:00:00

31)한국인 수면시간 OECD ''꼴지''
IT발달에 산업 융복합 하며 확장
2020년 3조원 규모로...연평균 25.1%↑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침구, 종이, 페인트, 유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조은자 부소장] 침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베드(Bed)’는 숨은 장소라는 뜻을 가지는데, 이는 침대 유래인 동굴거주 시대 자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지푸라기나 짐승 가죽 등을 겹겹이 쌓아서 만든 것이 인류 최초 침대였다. 이후 1865년 처음으로 현대 침대 형태를 갖춘 코일 스프링 매트리스가 개발되며 특허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날 생체 인식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매트리스가 등장했는데, 이 제품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극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과 함께 예로부터 불면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민간요법이 전해내려 왔지만, 최근에는 고도화된 수면과학과 IT 기술의 발전으로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급부상한 분야가 ‘슬립테크(Sleep Tech)’이다.

이브자리 프리미엄 기능성 침구 라인 ‘시그니처베드’ 컨셉 영상 스틸컷 (사진=이브자리)
슬립테크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단연 현대인의 부족한 잠 때문이다. 취업난, 경제난 등 복잡해진 사회문제로 현대인들의 수면 시간과 수면 질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수면 부족을 선진국 유행병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한국, 일본 등은 세대를 거듭할 수록 수면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로,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량과 미디어 콘텐츠 증가는 수면 질을 한층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면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도 슬립테크의 폭발적인 성장에 한 몫 했다. 슬립테크가 속하는 수면산업은 경제 발달과 함께 기본적인 욕구 충족 이후, 활발해지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된다. 국가별 통계를 보면 통상적으로 국민소득 2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숙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슬립테크 분야에서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슬립테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국가로 전망되었으며, 최근 미국 슬립테크 특허 수는 매년 평균적으로 12%씩 증가했다. 이외 유럽, 아시아 등에서 슬립테크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 슬립테크 시장 규모 데이터가 부재하지만, 국내 수면산업 규모는 2012년 약 5000억 원에서 2020년 3조 원 규모로 증가하며 연평균 25.1%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다양한 수면 제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이브자리 ‘시그니처 G2 토퍼매트리스’ (사진=이브자리)
특히 슬립테크 분야는 수면을 매개로 다양한 산업이 융복합을 이루며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슬립테크 제품 목적은 수면 모니터링, 수면환경 개선, 수면질환 개선 등으로 분류되는데, 기업의 주요 기술간 결합으로 다양한 기능의 슬립테크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 예 중 하나가 침대 및 매트리스, 침실인테리어, 가구, 침구 등의 전통적인 수면산업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 간의 융합이다. 사용자 수면 상태, 패턴 등을 측정,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하고, 이를 제품과 연결하여 개인에 최적화된 수면환경 조성 등 수면 질을 높이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한다.

필자가 몸담은 이브자리 역시 사용자의 수면 단계, 무호흡증 여부 등을 측정하는 AI 기술을 보유한 슬립테크 기업과 손잡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상품 개발 등을 논의 중이다. 올해 1월에는 KAIST와 수면과학 분야 공동 연구 및 수면 관련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 수면에 대한 통합적 관점에서 기술 기반의 슬립테크 제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이브자리는 소비자에게 실제 숙면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슬립테크를 다양하게 제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수면 시간과 수면만족도가 심히 부족한 현대인에게 잘 자는 것 역시 경쟁력으로 자리잡는 시대인 만큼 슬립테크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푸라기로 만든 인류 최초의 침대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제품으로 진화한 것과 같이, 수면에 있어 진정한 디지털 혁신을 이룰 슬립테크 발전이 기다려진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조은자 부소장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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