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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원펜타스는 지난 7월 말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의 신청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은 527.3대 1에 달했다. 래미안원펜타스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6736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20억원 이상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라는 점이 경쟁률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3년까지 유예하면서 초기 자금만 마련하면 입주장에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것도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특히 래미안원펜타스 당첨자 가운데는 청약 만점자도 최소 3명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만점을 받으려면 7명 이상 대가족을 꾸린 채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하는데 타단지 청약에 비해 만점자를 포함한 가점자가 많았다. 최저 당첨 가점도 137㎡ B형(69점)을 제외하고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청약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실제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상으로만 주소를 이전해 부양 가족 수를 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양가 부모님을 주민등록등본상으로만 전입시키고 실제는 부모님 명의의 카드를 발급받아 쓰면서 실제 살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등 부양가족 수를 늘리려는 불법적인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적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가 래미안원펜타스만 겨냥한 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동산원과 합동 상시 점검을 실시해 부정청약·불법공급 등 주택법 위반혐의를 적발해 수사의뢰하고 있는데, 조사 범위나 시기는 공개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원과 함께 상시 점검을 하는데 규모를 정해놓지는 않는다”면서 “제보가 들어오고 의심이 되는 수도권 주요 단지 위주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상시 점검이 이어지면서 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매년 줄어들던 추세지만, 올해 다시 증가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공급질서 교란행위 형사처벌 건수는 2021년 558건에서 2022년 251건, 2023년 184건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회복과 함께 청약경쟁률이 급등하면서 위장전입을 포함한 부정 청약이 많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펜타스와 같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강남권 단지들의 분양이 줄을 잇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단 전망이다.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청담 르엘도 분상제 적용 단지로 9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로 청약 쏠림 현상은 과도한 경쟁을 가져오고, 이에 따른 부정청약자도 늘 수 있단 분석이다.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21일 기준) 수도권 민간 단지의 1순위 청약자 66만 619명 가운데 78.4%인 51만 8279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1순위 청약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강남권 분상제 적용 단지의 경우 시세차익이 많으니까 가점이 중요하고, 가점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큰 것이 부양가족”이라면서 “하나의 단지에서 만점자가 3명이나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9만명 이상이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장전입 등 부정청약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조사를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민 대표는 이어 “사실 부정청약 적발은 조사를 하는 만큼 나오는 것이지만 올해는 특히 강남권 분양이 많은 만큼 꼼수를 써서 당첨되려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어서 적발 수가 더 늘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