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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일시적 숨고르기일 뿐 올해 전세시장 추세 전환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특히 2분기 전국 입주 물량은 9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오히려 새 임대차법 도입으로 8개월째 지속된 과도기적 진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세매물 쌓이고 호가 하락도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 전세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새 임대차법으로 촉발된 전세난의 회복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14% 상승해 지난주(0.15%)보다 오름폭을 줄였다. 서울 기준으로는 0.04%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주 0.01% 상승에서 0.01%로 하락했다. 작년 5월 둘째 주(-0.01%) 이후 45주 만에 하락 전환이다. 49주 연속 상승장이었던 송파구도 0.02%에서 -0.01%로 내려가면서 50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전세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1일 9억원(8층)에 전세가 거래됐다가 지난 10일 8억원(13층)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서 일주일새 1억원이 하락했다. 현재 호가는 6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도 신규 전세가 올해 초 13억8000만원(8층)에 계약됐다가 지난 2월 13억원(20층), 이달 들어 10억원대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세난 과도기 지속…계약갱신건과 1~2억 차이
다만 이 같은 추세가 본격적인 시장 안정기의 전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 임대차법이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90년 당시보다 지금의 전세난 과도기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세 계약 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90년 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2.56% 올랐다. 2월에는 11.56%로 급등하며 정점을 찍다가 3월(2.35%)과 4월(2.30%)에도 상승세가 계속됐다. 이후 4개월만인 5월이 돼서야 증감률이 하락 전환됐다.
반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 상승은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0.52%에서 11월 1.68%까지 치솟다가 올해 1월 0.83%, 2월 0.75%를 기록하며 상승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신규 전세 매물과 계약 갱신 매물간 여전히 수억원의 차이가 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경우에도 계약 갱신건의 경우 8억~9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신규 전세 매물과 최소 1억~2억원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다.
◇2분기 서울 입주물량 ‘반토막’…“전세 불안 내년에도 지속”
더욱이 2분기 들어 입주 물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8089가구로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경우 2012년 2분기(4만4787가구)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2분기 입주 물량은 6096가구에 불과하다. 1분기 1만1435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입주하는 단지 대부분이 200가구 미만의 소규모다. △은평구 응암동 힐스테이트녹번역(879가구)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514가구)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라클라스(848가구)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1446가구) 정도가 중간규모 이상의 단지로 분류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전세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2년에는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10년간 최저인 1만7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노태우 정권은 공급이 많은 시기였지만 현재는 공급도 한계가 있고, 최근에는 매입 후 전세를 주지 못하고 곧바로 실거주해야 하는 규제 강화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전셋값 상승폭은 여전해 제도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