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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달고 덜 짜게…식품업계는 지금 '로 스펙' 열풍

김범준 기자I 2021.02.19 05:00:00

건강 관심 늘며 소비 트렌드 변화
低당·低염·低칼로리 제품 인기
나트륨 줄이지만 맛·식감 유지 심혈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식품 업계가 대표적 ‘단짠’(달고 짠) 음식으로 꼽히는 통조림과 장류 제품에 당분과 염분을 낮추는 이른바 ‘로 스펙’(Low spec)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스팸 마일드’.(사진=CJ제일제당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고가형 캔햄 ‘스팸’의 나트륨 함량을 대폭 낮춘 ‘스팸 마일드’를 최근 선보였다.

스팸 마일드는 기존 맛은 유지하면서 100g당 나트륨 함량을 510㎎로 낮췄다. 대표 제품 ‘스팸 클래식’ 나트륨 함량(100g당 1080mg) 대비 절반 수준이다. 캔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제품 평균 나트륨 함량(867mg)보다도 25% 가량 낮다.

스팸 마일드는 식물성 발효 조미 소재 ‘테이스트엔리치’(TasteNrich)를 적용한 첫 상품이기도 하다. 테이스트엔리치는 CJ제일제당이 60여 년간 쌓아온 미생물 발효 연구개발(R&D) 역량과 첨단 기술로 개발한 천연 조미료 소재다. 또 일반 소금 대신 건강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한 안데스 호수 소금을 사용했다.

동원F&B ‘리챔’과 ‘동원참치’로 구성한 ‘동원튜나리챔 100호’ 세트.(사진=동원F&B 제공)
동원F&B도 고가형 캔햄 제품 ‘리챔’을 고유의 맛과 식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20% 이상 낮춰 출시했다. ‘리챔 오리지널’ 돼지고기 함량은 91.1%를 유지하면서 100g당 나트륨 함량은 670㎎로 줄였다.

동원F&B의 다른 대표 제품 ‘동원참치’도 150g당 28g의 단백질과 DHA·오메가3 등 영양분은 높게 유지하고 나트륨 함량은 낮췄다. 성인 단백질 일일 권장량(55g)의 절반 이상을 동원참치 한 캔만으로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왼쪽부터) 대상 청정원 ‘햇살담은 염도 낮춘 발효다시마 간장’, 신송식품 ‘짠맛을 줄인 건강한 장류’ 시리즈, 키토제닉 마이노멀 ‘키토 알룰로스’ 제품.(사진=각 사 제공)
저(低)당·저염 바람은 통조림 식품뿐 아니라 설탕과 각종 장 등 조미료 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대상 ‘청정원’이 일반 간장 대비 염도를 약 28% 낮춰 출시한 ‘햇살담은 염도 낮춘 발효다시마 간장’은 최근 매출이 20% 가량 증가하는 등 저염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트륨 함량은 낮췄지만 감칠맛의 원천인 글루타민이 풍부한 국내산 다시마를 ‘종가집’ 김치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풍미를 한층 높였다.

전통 장 제조사 신송식품은 독자적인 저염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짠맛을 줄인 건강한 장류’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고추장, 재래된장, 양념쌈장, 양조간장 등 스테디셀러 제품에 기존 대비 최소 12%에서 최대 25%까지 염도를 낮췄다. 대신 감칠맛을 높여 조리 과정에서 기존 사용량과 동일하게 사용해도 같은 장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키토제닉 ‘마이노멀’은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감미료 ‘키토 알룰로스’를 국내 식품소재 기업 삼양사와 협업으로 개발해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학적으로 가공한 원당 대신 무화과·포도 등 자연 당 성분을 활용해 꿀과 비슷한 질감으로 만들었다. 일반 설탕 100g 기준으로 비교하면 키토 알룰로스의 당류는 1g, 칼로리는 8㎉에 불과하다.

식품 업계의 이 같은 ‘로 스펙’ 바람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등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속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 스펙’(Low spec) 식음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자료=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칼로리와 화학첨가물을 낮춘 ‘로 스펙 식품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37.5%는 로 스펙 식품에 관심을 둔 이유로 코로나19 영향을 꼽았다. 로 스펙 식음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도 68.6%에 달했다.

구매 의향이 높은 로 스펙 식품(복수 응답)은 저염 식품(47.5%), 저칼로리 식품(40.5%), 화학첨가물 무첨가 식품(33.5%), 저당 식품(33.5%)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당과 나트륨 함량에 민감해지면서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원료인 조미료까지 저당·저염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며 “맛과 식감은 유지하면서 건강 요소를 강조하는 로 스펙 식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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