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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조합장 '수난시대'

강신우 기자I 2020.05.14 06:33:47

흑석9구역 오늘 조합장 해임총회 열어
서울 ‘알짜 정비사업 단지’ 조합들 파열음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조합장탓으로”
도덕·전문성 등 조합장 자질도 갖춰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14일(오늘) 임시총회를 연다. 조합장 K씨를 포함한 임원 9명의 해임 및 직무정지가 안건이다. 고급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당초 조합과 시공사측의 약속이 서울시 규제에 가로막혀 지켜지지 않자 화난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 해임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흑석9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현 조합장과 집행부가 들어선지 6년이 넘다보니 그 자리가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만큼, 투명성과 도덕성이 높은 집행부를 다시 구성해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인 ‘흑석9구역’ 일대 전경.(사진=강신우 기자)
◇알짜단지서 조합장 ‘줄해임’

‘꿈의 직업’이라던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장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사업지연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쌓이고 ‘낮은 분양가 책정’으로 애초 목표한 수익성이 크게 줄자 조합장들이 잇따라 해임되거나 쫓겨날 판이다.

흑석3구역과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는 지난 9일과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K씨와 L씨를 해임했다. 각각 낮은 분양가 책정과 사업지연에 따른 조합원의 금전적 손해가 해임 사유다. 흑석3구역은 애초 조합원들이 3.3㎡당 320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협상에서 최종 2813만원에 3.3㎡당 분양가가 확정됐다.

앞서 송파 신천동 미성·크로바는 지난 3월7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K씨를 해임,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장 해임사유는 조합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대의원회의 결정만으로 특화설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조합장 C씨의 해임절차(조합원 10분의 1 발의→ 소집공고 및 통지→ 총회서 과반수 의결)를 밟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조합원모임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11일 60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조합장 및 임원 해임 동의서를 발송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장의 무능하고 방만한 조합운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사업비 증가를 초래했으며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깜깜이’ 의사결정으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2000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2007년 조합 승인을 받았다. 현 조합장 C씨는 초대 추진위원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20여 년간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과거엔 비리, 최근엔 정부규제로 해임”

조합장의 잇따른 해임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합원 해임 사례만 봐도 서울의 ‘알짜단지’ 사업구역 총 4곳 중 3곳이 사업지연과 낮은 분양가 책정이 해임사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안전진단 같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심해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이 더뎌진데다 분양가 규제로 가격이 생각보다 낮게 책정되다 보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3년 전까지만해도 조합장 비위 문제로 해임 안건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정부 규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조합장을 교체해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장 스스로가 도덕성과 함께 재건축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명품아파트’로 거듭난 사업장의 조합장 대부분이 전문성을 갖춘 업계 전문가다.

고분양가 논란을 딛고 수영장 등 국내 최고의 커뮤니티를 만든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조합장 장영수씨는 건국대 부동산학과와 석사와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 박사 과정을 밟고 대우엔지니어링에서 33년간 근무한 건설·부동산 전문가다.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인 한형기씨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서 21년간 근무했고 건설사업 관리회사의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장은 재산적 가치를 증대하고자 하는 많은 조합원의 이해를 수렴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함께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합장이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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