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대학 줄여도 모자랄 판에"…한전공대 설립에 교육계 반발

신하영 기자I 2020.04.15 08:21:35

한전공대 개교하는 2022년 대학 미충원 8만 넘을 듯
"신입생 충원 못해 난리인데 또 대학 신설이라니"
"에너지 인재 필요하다면 기존 대학에 투자해야"
교육부 "수요 커지는 분야 대학 신설, 공급과잉 아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한전공대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대학가에 비판 여론이 퍼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강력한 대학 구조조정을 펴도 모자랄 판에 대학 신설이 웬 말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전공대 부지.(사진=뉴시스)


◇한전공대 신설, 교육장관 승인만 남아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대학설립심사위원회를 열어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을 최종 의결했다. 아직 교육부장관의 최종 승인이 남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점을 감안하면 한전공대 신설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대학가에선 이를 두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지역 대학 입학처장은 “지금 지방대학들은 정원을 못 채워서 난리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 신설이 웬 말이냐”며 “아무리 현 정부 대선공약이라도 학생 감소 추세를 감안, 한전공대 신설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입학자원에 비해 대학정원이 남아도는 `대입 역전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추산한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추이를 보면 2020학년도 입학자원은 47만9376명으로 2018년 대입정원(49만7218명)에 비해 1만7842명 부족하다. 입학자원은 대학진학률과 재수생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로 실제 대학에 입학할 학생 규모를 나타낸다. 교육부는 대학 미충원 규모가 △2022년 8만5184명 △2023년 9만6305명 △2024년 12만3748명으로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공대는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40만㎡ 부지에 학생 1000명(대학원 600명·학부 400명)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에너지 특화 인재 양성을 내걸고 단일 학부(에너지공학부)를 개설하기로 했다. 개교 시점은 2022년으로 전국적으로 8만5000여명의 미충원이 발생하는 시점에 정원 1000명 규모의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기존 대학에 투자…융합해야 효과적”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또 하나의 대학을 신설하겠다고 하자 교육계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에너지분야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면 기존 대학에 관련 학과를 신설하면 되는데 대학을 하나 더 신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직 재원 부담방안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만약 한전이 설립·운영비를 일부 부담할 경우 재정 부실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정부용역 연구결과 한전공대는 개교 이후 2025년까지 총 8300억원의 설립·운영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해 1조27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이 해당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경우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한전공대 신설 명분으로 에너지 특화 인재 양성을 내걸고 있지만 이 마저도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1조원 가량의 재원을 기존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에 투자하면 에너지 특화 인재 양성을 더 잘할 것”이라며 “관련 연구·교육도 단일 학부에서만 하는 것보다 다른 전공과 융합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공학부만 설치해 개교할 예정인 한전공대보다는 기존 대학에서 융합 교육과 연구를 하도록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이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전국 5개 지역에 설치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은 에너지 관련 교육·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전남지역에도 전남대·목포대·조선대 등 공대를 가진 대학이 즐비한 상황에서 대학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꼬집었다. 전남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한전공대 신설을 밀어붙인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은 아직 교육부장관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에너지 분야의 인재 수요가 커지고 있어 관련 대학 신설을 공급과잉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