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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은 ‘모범생’ 대신 ‘모험생’으로 살아온 그가 인생이란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느낀 관찰과 통찰, 성찰의 집합체다. 자신의 책과 인생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재미있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인도하는 ‘인생 연출 설명서’이기도 하다. 주철환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년을 앞두고 책을 출간한 소감, 스타PD의 시선에서 바라본 현재의 방송계, 인생 후반전을 앞둔 각오들을 털어놨다.
“그간 써왔던 책들보다 개인적으로 제게 의미가 큰 책입니다. 정년퇴직과 함께 첫 프리랜서의 삶을 앞두고 있는데 한 시기를 접고 새로운 시기를 시작하자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사실 이번 책의 제목은 그가 인생 내내 마음 속에 다져온 좌우명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의 여러 이력을 보고 ‘도전’의 연속인 삶이라 말한다. 하지만 주 교수 본인은 “인생 2막, 도전이란 말보다 ‘인생 이모작’이란 말을 좋아한다”며 “제가 거친 모든 이력들은 전부 ‘재미’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PD와 교육자란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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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최근 인상 깊게 본 프로그램이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열 네 살 청소년부터 마흔 네 살 삼촌까지 각자의 구구절절한 인생사를 지닌 지원자들이 ‘트로트’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로 노래 부르고 춤추며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 자체가 감동”이라며 “경쟁과 우정 속에 재미와 왜 인생을 사는지 되돌아보게 만들 의미까지 모두 담겨 있다. 전 국민의 35%를 감동시켰다는 건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또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 유튜브와 넷플릭스까지, 지금과 같은 방송사와 플랫폼 홍수 시대에서 프로그램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역시 ‘재미와 의미’란 기본 원칙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도 예능 프로그램과 같다며 ‘재미’와 ‘의미’를 인생 전체에 적용해볼 것을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인생에도 적절한 편집과 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지루한 것, 낡은 것, 비관적인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새롭고 긍정적인, 낙관적인 것들로 인생을 채워도 모자란 시간”이라며 “나는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이다. 어떤 것을 선택 혹은 선택하지 않았음을 후회하기보단 일단 선택한 것에 최대한 몰입하고 순간에 즐거움을 가지려 노력한다. 후회의 강물들은 그저 추억의 바다로 떠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와 ‘의미’, 다음으로 그에게 중요한 화두는 ‘사람’이다. 그의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와 다작의 비결이기도 하다. 주 교수는 “사람을 만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게 일종의 취미생활”이라며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영감을 그때 그때 빼먹지 않고 메모에 기록해두는데 이 메모들이 다음 글을 쓰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제자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것도, 강연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영감이 된다”며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연대하는 즐거움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덧붙였다.
방송 현장을 벗어나 강단에 서는 삶을 택했지만 그의 제자들이 가르침을 이어받아 훌륭한 방송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뿌듯하다고도 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방송인 장성규와 펭수를 만든 EBS 이슬예나 PD도 그의 제자들이다. 주 교수는 “두 친구들 모두 주체성과 방향성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성장과 활약을 보며 ‘킹메이커’가 된 듯한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제자들이 각자의 색깔을 살려 재미와 의미를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된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책이 독자들에게 삶을 살며 각자의 재미와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전했다.
“오늘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왜 태어났는가’란 생각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독자들에게 태어나서 살아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