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최근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로젠택배 인수전 참여를 고려 중인 상황에서 실탄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부지를 팔아 기업 인수 자금으로 쓰겠다’는 계획이 실제 성사될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부지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인접한 초 역세권 지역입니다. 주변으로 마곡 엠벨리 7~8단지와 보타닉파크, 서울 식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마곡 내 중심지역으로 꼽힙니다. 최근 수년간 진행한 마곡 개발사업이 막바지로 향하는 상황에서 부지 가치가 한층 높아진 곳입니다.
이마트는 2013년 이 부지를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340억여원에 매입한 뒤 7년 만에 3.5배 가까운 가격에 매각했습니다. 세금 및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약 3000억원의 매각 처분이익을 볼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입니다. 이마트는 부지 매매계약 체결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부지에서 스타필드 대신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를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마트 측은 마곡 부지 매각에 대해 “청라 지역 스타필드 개발로 상권이 겹치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로 30분 거리(19㎞)에 ‘스타필드 고양’이 자리하고 있는 점도 부지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오프라인 부문에서 주목받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선회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마트의 부동산 자산 매각은 지난해 10월 이마트 13개 지점을 총 9525억원에 처분한 자산유동화 이후 두번째 행보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더는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데다 이른바 ‘SSG닷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죠.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히 오프라인 축소 및 온라인 강화에 사업 방향성이 맞춰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담보되지 않은 오프라인 투자가 많았던 걸 감안하면 주주 가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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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높게 책정된 로전택배 매각가(약 4000억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던 상황이었지만 마곡 부지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열린 이마트 정기주주총회에서 온라인 부문 강화를 시사한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형태준 지원본부장은 “지속적으로 배송 수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물류센터 건립도 시장 상황을 보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로젠택배 인수금에다 경쟁사보다 취약한 물류 터미널 인프라 설립비용까지 고려하면 금액이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어 본입찰까지 고민을 거듭할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선뜻 수천억의 자금을 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곡 부지 매각과 로젠택배 인수전이 맞물리며 로젠택배 인수 유력주자로 떠오른 신세계는 로젠택배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SSG닷컴 홈페이지에 적힌 슬로건처럼 ‘이게 바로 압도적 쓱케일’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이르면 내달 윤곽이 드러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