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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신탁 수탁고 234.4조…신한은행 62.9조로 ‘최대’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의 신탁 수탁고는 234조4106억원으로 작년말 203조848억원 대비 31조3258억원(15.4%) 증가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은행에 돈이나 부동산을 맡기면 은행이 이를 운용, 관리해주면서 수익을 돌려주고, 대신 서비스 대가로 연 0.1~1%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대출 이자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비이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신탁 분야가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62조9108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탁고를 기록했다. 비이자수익 강화를 위해 최근 몇 년간 신탁 사업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이미 3년 전 신탁사업의 총책임자를 본부장급에서 부행장으로 높인 데 이어 지난해 신탁연금그룹을 신탁본부, 투자자산수탁부, 퇴직연금사업부로 나누는 등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올 들어서는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동고동락신탁’ ‘유언기부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 등 상품 라인업도 계속해서 확대하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59조6666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작년말 53조2479억원대비 6조4186억원(12%)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올해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격상하고 관련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조직 재정비를 마쳤다. 하나은행은 재산신탁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전채권·동산부동산 신탁에서만 3조1673억원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신탁을 판매해 인기몰이하는 등 신상품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 국민·우리, 상품 다양화 등으로 대폭 성장…“신탁시장 지속 성장 전망”
국민은행은 58조6373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지만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작년말 47조4050억원과 비교해 11조2323억원(23.69%)이나 급증한 것. 주가연계신탁(ELT)을 중심으로 금전신탁 수탁고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또한 조기상환선호형, 안전추구형, 수익추구형, 포트폴리오형, 해외주식투자 자문형신탁 등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고객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북녘가족愛신탁’, ‘한울타리 신탁’ ‘다모아신탁’ 등은 물론 은행권 최초로 ‘역외 ETF신탁’을 출시하는 등 상품 라인업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특히 1996억원의 신탁 수익을 달성하면서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161억원, 109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을 고려할 때 상당한 성과다.
우리은행도 신탁 수탁고가 반년 새 9조3000억원(21.2%) 넘게 증가하며 53조196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ELT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수탁고 증가 폭도 컸다. 우리은행은 신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초 신탁연금사업단을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신탁시장 성장에 맞춰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신탁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성 중심의 상품운용과 사회적 역할 수행이다. 실제 지난달 ‘우리장애인산탁’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법무법인 광장과 ‘우리후견지원신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 은행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는 데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신탁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다양한 신탁상품 라인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