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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즘 고전 ‘백래시(Backlash)’(1991)를 집필한 저자 수전 팔루디(Susan Faludi·사진)는 성별 고정관념이 낳은 오해를 풀어야만 남녀 간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오는 10월 16일 최초로 내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5층)에서 열리는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기조연설을 맡는 팔루디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먼저 만났다.
고위직 여성 늘었지만…90% 저임금 ‘핑크 게토’에 갇혀
페미니즘이 최근 세계를 관통하는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2016년부터 올 초까지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미투(me too·나는 말한다)’ 운동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2015년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등 일련의 계기로 평등과 권리신장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저지하려는 반격도 점점 거세진다는 것이다.
수전 팔루디는 이 현상을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 시절 포착했다. 그는 페미니즘 운동의 부흥이 남성 문화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역사적 과정을 ‘백래시(Backlash·반격)’란 책에 담았다. 1991년 초판이 나오자마자 그해 논픽션 부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해 말 한국어판이 출간되면서 지금까지 ‘백래시’란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팔루디는 한국에서 ‘백래시’가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성차별과 여성혐오 등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반발 심리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불행 요소들을 한국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도 “그 반발이 지니는 의미들을 한국 여성들이 분명히 인식하고 함께 맞서 싸워 스스로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겠음을 뜻하기도 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백래시’를 집필한 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간 여성들의 권리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해소되지 않고 고인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았다. 팔루디는 “대학졸업자 및 전문직 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낮다”며 “소득 양극화도 극단적이라 최상위층에 속한 극소수의 여성들이 경제 성장을 혜택을 누리는 동안 나머지 90%의 여성은 저임금 노동에 허덕이고 있으며 사회 보장제도 등 혜택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많은 여성들이 소위 ‘핑크 게토(Pink Ghetto)’라 불리는 판매원, 비서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임금 격차가 극심한 상황이지만 이를 줄이려는 노력은 큰 성과가 없다”며 “임금 불평등 개선 등 전 세계 방대한 수의 빈곤 여성이 진정한 경제적 힘을 얻게 하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계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팔루디는 “미국의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에 전시되는 여성 작가의 개인전 횟수는 그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하는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여성의 관점과 경험, 욕구와 꿈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도 예술계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男 일자리 감소 경제 체제 때문…페미니즘 오해, 진실로 맞서야
그는 여성들이 지금껏 싸워 쟁취한 권리를 묵살하려 잘못된 프레임을 주입하는데 열을 올리는 권력자들과 남성 문화의 반발이 여성의 권리 신장과 남녀 간 공존을 가로막는 갈등요소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일부 직종에서 고위직에 진출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에 남성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단적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 역시 잘못된 선입견 주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루디는 “2018년 한국의 풍경은 1980년대 미국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며 “당시 페미니즘은 여성을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남성의 권리도 앗아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요즘까지도 온라인상에서는 여성 혐오자들이 여성의 자립으로 남성이 피해를 입는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오해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로 맞서는 것”이라며 “남성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신(新) 경제 체제가 낳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러링, ‘본질주의’ 함정 빠져…상호 이해 필요
과격한 미러링 등 똑같이 극단으로 맞서려는 방식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19세기 페미니즘의 첫 물결과 1970년대 두번째 물결을 거치며 똑같은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며 “일명 ‘본질주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의 특성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며 특히 남성들을 ‘선천적으로 나쁘게 태어났다’고 매도하고 악마 취급했다”면서 “그러나 남성과 여성 우리 모두 사회가 강요한 성 역할, 생물학적 성별로 규정하기에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긴 머리와 메이크업, 하이힐 등 ‘꾸밈’으로 상징되는 여성의 억압적 문화로부터 해방되자는 ‘탈(脫 )코르셋’ 운동을 타인에 강요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회의를 드러냈다. 팔루디는 “얼굴을 꾸미고 스타일을 가꾸는 일이 보다 가볍게 여겨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메이크업과 패션 문화가 모든 성별에 대해 열려있으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이디퍼스트(lady first)’ 예절 등 신사도를 벗어야 한다는 남성들의 탈갑옷 운동에 대해서도 “남성들이 벗어나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과 애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태도일 뿐“이라며 ”서로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정중함은 남성이 벗어야 할 갑옷이 아니라 모든 성별에게 베풀어야 할 겸손함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기나긴 갈등을 화합할 방법은 없을까? 팔루디는 “반발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서로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선입견을 선동하는 이들의 케케묵은 논리와 거짓정보에 진실을 명확히 알림으로써 통념에 도전해야 합니다. 수많은 이들이 서로 함께 하며 진실하게 논의를 나누고 서로 다독일수록 더 힘있고 건강히 저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전 팔루디는 이번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정책과 노동 예술 각계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페미니즘 논쟁을 생산적 방향과 화합으로 이끌 조언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wfesta.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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