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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스마트폰 시대에 서신왕래 3일..남북 평화쇼에 늙는 이산가족

김영환 기자I 2018.08.10 06:00:00

5만 이산가족 중 100명씩만..가족 상봉을 운에 기대야 하는 사람들
“위정자 생색내기” 그마저도 남북 화해 무드에 전적으로 기대야
정례적으로 이산가족 만날 수 있는 시스템 절실..민간 역할도 필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별로 달갑지 않다.”

8·15 계기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산가족들은 그다지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7월 31일 기준 남한에 남은 이산가족은 5만6862명. 막상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초대받은 사람은 93명에 불과하다. 대다수 이산가족에게 상봉 행사는 그저 남의 이야기다.

지난 1985년부터 당국차원에서 이산가족이 북한이나 남한을 방문해 이뤄진 상봉은 4185건(가족)에 그친다. 1988년부터 누적 이산가족 신청자가 13만2603명인 점을 떠올리면 정부가 나선 이산가족 상봉 행사 혜택은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이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시간도 이산가족들의 편이 아니다.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이산가족 사망자가 생존자를 앞질렀다. 90세 이상 이산가족이 1만2146명에 달하는 등 이산가족 대다수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도 생사가 확인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을 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여럿 생겨났다.

◇남북 관계 경색기에도 민간 상봉은 이뤄져

2007년까지 꾸준히 유지되던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2008년이 되면서 0건에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시기까지 2011~2013년, 2016~2017년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전무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정권의 색깔에 따라 성패가 뒤바뀌는 ‘정치 평화쇼’란 혹평을 듣는 이유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이산가족들은 그나마 이 기간에도 민간 상봉을 통해 북녘의 가족들을 찾았다. 남북 관계가 냉랭한 상황이었지만 제한적이나마 가족간 만남이 가능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6건, 215명의 가족들이 서로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한해 한해 급격히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산가족이 고령화 되는 문제도 있지만 북한이 내부 주민을 중국 등 제 3국에 보내는 데 반대를 하고 있어서다. 4~5년 전부터 국경지대 감시가 강화되면서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게 줄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문제와 떨어뜨려 봐야하는 이유다.

◇일회성 아닌 정례적 만남 만들어야

지난 6월 22일 북한적십자사와 이산가족 상봉 관련 회담을 진행했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전면적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성묘 및 고향 방문 등을 제안했다. 이산가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안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진 것은 100명 미만의 일회성 이산가족 상봉 행사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종업원 탈북 사태를 엮어 정치 공세화 하고 있다. 남북 정상들이 판문점 선언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하는 결과물을 도출하기보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합의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이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산가족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는데 결과적으로 이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다르지 않았다”며 “이제는 이렇게 100명씩 만나는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양쪽 위정자들의 생색내기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직접 만남 어렵다면 간접 만남이라도

“커피 한 잔 값이면 영상통화가 가능하지 않겠나.”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의 말이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간 서신왕래에 80만원이라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서신은 편도에만 짧아도 3~4일이 소요된다. 편지가 가진 애틋한 정이 있다지만 비용이나 시간 대비 효율적이지 못하다. 더욱이 북한은 서신왕래에 엄격한 검열이란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20여 개의 화상상봉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에도 화상상봉장이 설치돼 있지만 2005년에서 2007년 딱 3년간 사용하고 방치돼 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 이후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프라 점검이 필요하다”면서도 “대규모 상봉이 우선이겠지만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어 화상상봉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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