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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추진…누진제 도입 가능성도(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4.13 06:47:37

3차 에너지기본계획 논의 착수
산업부 "경부하 요금 올라갈 것"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 부담 ↑
5~6월 석탄·원자력 증세안 공개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전환 본격화
13일 한전 신임 사장 취임.."중요 변수"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택용 전기요금처럼 산업용에도 누진제를 도입해 전력사용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석탄과 원자력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도 빠르면 상반기 중에 공개된다.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기조에 따라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용 인상, 석탄·원전세 증세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 제조업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사진=삼성전자]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수립을 위해 민관 위원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최근 산업용 전기료 개편 관련해 검토에 착수했다. 워킹그룹에 소속된 한 민간위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한다고 하면서 전기요금이 안 오른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누진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올해는 2040년까지 원전·화력·LNG·신재생 설비 및 전기요금 로드맵을 담은 계획을 연말까지 결정하게 된다.

민관 위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용 전력에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전력소비가 적은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는 낮은 요금이 적용된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제철(004020) 등 주로 제조업체들이 야간에 공장을 가동하면서 경부하 요금 혜택을 받고 있다.

값싼 경부하 요금은 원가를 낮춰 산업 경쟁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공장들이 물쓰듯 전기를 펑펑 쓰고 있고 주택용과 형평성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정부는 작년 12월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산업용 전력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산업용이 지난 2월 전기 판매량의 50%(2만3300GWh)를 차지했다. 전기수요를 대폭 줄이려면 산업용부터 절감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 입장이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혀, 산업용 전기료 인상 폭이 민관 위원 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와 민관 워킹그룹은 석탄 등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에너지세제 개편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산업부·환경부는 지난해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발전용에너지 제세부담금의 합리적 조정 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는 5~6월에 나온다. 배정훈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용역 결과를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은 7~8월께 공개된다.

이후 9월 에너지기본계획 초안 공개→12월 에너지계획 확정→내년 시행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워킹그룹의 한 관계자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유연탄 세금은 더 올리고 LNG 세금은 대폭 완화하며 원자력 관련 과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며 “6월부터 논의 결과를 하나씩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 취임..“중요한 변수될 것”

서울 지역에 미세먼지가 많아 서울 잠실 부근 건물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기조로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한전의 입장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기요금을 개편하려면 한전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석탄·원자력에 세금을 더 붙일수록 원가가 올라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커진다. 한전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조에 맞춰야 하지만 이대로 가면 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9532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원 가량 줄었다. 상장된 기업으로서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김종갑 전 한국지멘스 회장은 13일 한전 신임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워킹그룹 관계자는 “향후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행하는데 한전의 입장,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진제=최저·최고 요금차이가 전력 사용량에 따라 급증하는 제도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절약 기조로 시행됐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규정돼 있다. 현재는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용도별 판매단가를 보면 주택용이 높고 산업용이 낮은 편이다. 한전에 따르면 주택용 판매단가(원/kWh·2015년 기준)는 123.69원이다. 이는 평균 판매단가(111.57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농사용(47.31원), 산업용(107.41원), 교육용(113.22원), 가로등(113.37원)보다 높았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4조원대로 떨어졌다. 연결 기준, 2017년은 잠정치, 단위=억원.[출처=한국전력공사]
한전이 판매하는 전력판매량 절반 가량을 산업용이 차지하고 있다. 단위=GWh, %. [출처=한전 전력통계속보 2월호, 2018년 2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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