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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직업·세대 벽 허문 ‘합창의 하모니’

김미경 기자I 2017.11.09 06:30:57

- 심사위원 리뷰
한국합창지휘자협회 '2017 한국합창대제전'
직업·대학합창단과 전문합창단 어우러져
국악·창작곡 등 개성 넘치는 무대 선보여
국내 합창계 가야할 길 질문 던져

지난 10월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 한국합창대제전’-연합합창’의 한 장면. 이날 지휘봉은 김명엽 고문이 잡아 진두지휘했다(사진=한국합창지휘자협회).


[작곡가 이나리메] ‘2017 한국합창대제전’이 지난 10월 23일부터 3일 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한국의 합창계를 짊어지고 있는 지휘자 200명이 정회원으로 구성된 한국합창지휘자협회의 합창대제전은 11월 열리는 한국합창제와 더불어 국내 합창계의 양대 축제다. 올해는 직업 합창단과 대학 합창단 그리고 전공자들로 이뤄진 민간 합창단 18개 단체가 참가했다. 각 단체 모두 세 곡 내지는 네 곡으로 자신들의 무대를 꾸몄다.

김명엽·박창훈·이상길 등 원로급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지휘자들이 각기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선곡했다. 특히 지휘자 중심의 음악회인 만큼 합창계의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의미에서 한국 초연 곡들도 많이 연주됐다. 합창단마다의 음색을 들어볼 수 있고, 여러 합창단이 한 무대에 번갈아 출연하니 연주의 긴장감도 팽팽하여, 듣는 보람이 풍성한 음악회였다.

모든 곡 구성이 그 지휘자와 합창단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졌는데 그 중 특히 레퍼토리의 구성으로 주목할 만한 무대는 김명엽과 서울바하합창단, 박창훈과 장로회신학대학교 콘서트 콰이어, 김철과 전주시립합창단, 정남규와 원주시립합창단이었다. 각 레퍼토리 안에서 음악과 메시지 구성이 일관성 있게 담아내 주목을 끌었다.

원로지휘자 김명엽은 음악적 근원과 한국의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바흐와 이건용의 창작곡 ‘동대문을 열어라’, 그리고 국악적 요소를 편곡해 담은 작품으로 첫 날 포문을 열어 우리 합창계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둘쨋 날 박창훈이 선택한 구스타브 말러의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는 지휘자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노련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연주였다. 박창훈은 타 합창단과는 달리 무대 앞쪽으로 합창단을 위치해 객석과 가까운 거리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학 합창단의 연주의 집중도를 올려주고 울림의 밀도를 단원과 관객이 모두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줬다.

김철이 이끄는 전주시립합창단은 각각 들으면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진 곡이지만 한 무대로 엮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하는 극적인 음악적 구성을 택했다. 라틴어 레퀴엠의 가사에 매우 난해한 무조의 음정을 붙인 현대곡 ‘영원한 빛’과 번개와 우레로 기간테스를 넘어뜨린 올림포스의 쥬피터를 노래한 ‘주피터’에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세계의 울림을 들려줬다. 세 번째 곡 이용주의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을 통해서는 역사적인 맥락을 더해주는 스토리를 전개해 객석 여기저기서 연극 공연에서나 접할 수 있는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오랜 세월 음악회를 다니고 공연을 만들었지만 합창 공연에서 흔치 않은 반응이었다.

그 밖에 세 곡이 연곡으로 이뤄진 한 곡을 연주한 원주시립합창단과 춤과 노래가 함께한 양산시립합창단의 무대도 특별했다. 뮤지컬 스타일로 싸이의 ‘나팔바지’를 편곡해 꾸민 무대는 롯데콘서트홀이라는 공연장의 울림 특성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 소리의 밀도나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순서가 있어 객석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음악회장을 나오면서 합창계 발전을 위해 젊고 실력 있는 합창단원들의 합류가 간절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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