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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은 소비자가 맞고, 돈은 나라가 벌고…공정위 과징금 손보나

김상윤 기자I 2017.05.17 05:29:04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1년 8개월간 전자제품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짬짜미`를 하면서 최근 경쟁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전자제품의 마진율이 화장품, 시계, 선글라스보다 마진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 정기할인 행사 때 전자제품만 행사할인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평균 1.8~2.9%포인트 정도 할인율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사업자에 각각 15억3600만원, 2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이익을 올린 것보다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토해낸 셈이다. 이처럼 지난해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과징금은 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과징금은 전부 국고로 환수될 뿐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0`원이다.

앞으로는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비자 피해구제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소송 지원 및 생활기반 유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피해자 지원 기금(가칭) 설치를 추진하고 집단 소송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것을 내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공약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 기금은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손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활용된다. 재원은 당국이 환수한 과징금·벌금·민간 기부금을 모아 조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피해자가 소송 등을 통해 실제 피해배상을 받기까지 소송 지원과 함께 생활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을 한다는 얘기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자 지원기금법` 제정안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제출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위법행위를 한 기업으로부터 과징금을 징수하면 국고로만 환수될 뿐 적절한 피해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피해자지원기금 마련안은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소비자 권익증진재단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소비자 기본법 개정안`보다 보다 강화된 안이다. 공정위가 만든 법안은 민법상 재단법을 마련해 정부가 예산으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단은 소비자 권익증진 및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ㆍ홍보ㆍ연구 및 조사 사업, 소비자 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한다. 하지만 재단의 재원은 과징금을 활용하지 않는다. 지원 사업도 생계지원금이나 소송지원금 등으로 직접적으로 피해자 구제를 하는 방식은 빠져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 외에 민간출연금, 재단운영 수익금, 동의의결 지정사업 위탁사업비를 통해 재원을 충당하되 정부 지원금의 규모는 점차 축소해 나간다는 구상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안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창림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은 “소비자 단체가 열악하다보니 민간출연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동의의결의 경우도 신청 사건이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면서 “재단을 운영할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담보할 만한 명확한 수입원이 보이지 않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과징금 일부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J노믹스` 밑그림을 그린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기금 마련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 모든 피해자에 혜택 돌려줘

이외 문재인 대통령은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도 추진할 방침이다. 집단소송제는 비슷한 불법행위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 중 한사람 또는 일부가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소송에서 이길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게 효과가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했지만 이를 보다 확대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소송비용 문제로 소송을 꺼렸던 관행이 줄어들고 소비자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도 최근 공정위 창립 36주년 기념사로 “소액 다수 피해가 발생해 소송이 과소 제기되는 분야에 대해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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