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총재 김대인)의 20대 국회 출범 첫해인 2016년도(2016.5.30.~2016.12.31.) 입법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사실상 F학점 수준이었다. 탄핵정국 및 조기대선의 여파로 국회의원의 최우선 업무인 입법활동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다. 우선 의원별 평균 법안처리율은 9.73%에 불과했다. 평균 10건 중 9건은 전혀 처리되지 않고 적체된 상태다. 법안처리적체의 원흉은 법안심사소위로 각 상임위별로 평균 5.4회 개최됐다. 1월말 기준으로 적체된 4227건을 처리하려면 회의 시간을 최소 6배 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 20대 국회 개원 이후 대표발의 법률안이 단 1건도 없는 여야 의원은 무려 134명에 달했다. 재적의원 절반에 육박하는 44.7%수준이다. 아울러 의원 평균 공동발의 역시 177건으로 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는 관행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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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대 국회가 출발부터 그랬던 것 아니다. 여야는 특권폐지 등 자율적인 개혁의지를 강조했고 국민들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불체포특권·면책특권폐지와 국회 윤리특위 강화 등 다양한 해법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모든 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국회의원의 뿌리깊은 특권은 여전히 논란이다. 국정감사 시즌이면 무리한 자료요구를 놓고 정부 각부처와 신경전이 이어지고 보좌진 갑질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막말과 성희롱 등 자질 논란도 여전하다. 국회 윤리특위는 매번 솜방망이 처벌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시달린다. 때로는 여야 정쟁으로 국정감사 파행사태까지 이어졌다. 의무는 무시하고 특권과 갑질이라는 오명만 남은 것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우선 민심 왜곡과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현행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특권폐지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선수를 3선까지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부정, 비리 등 문제의원의 퇴출을 제도화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회의원들의 세비 결정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방안 역시 논의할 가치가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국회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회가 입법부 본연의 기능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탄핵 여파로 나머지 부분이 와해되면서 국회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문민권력”이라면서 “정쟁 이전에 합의된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정감사와 예·결산 심의 결과를 법안으로 실현해야 한다. 여야가 정파적 이해를 넘어 민생을 위주로 입법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안보 및 통상분야와 소득양극화라는 중층적 위기 상황 속에서 국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국회 운영은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할 수 없다. 협치가 흐트러지고 있는데 국가적 위기 돌파를 위한 봉사자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