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가 사라졌다'...X-마스 특수 '이젠 옛말'

채상우 기자I 2015.12.24 07:00:00

크리스마스 용품 제조업체 매출 반토막
명동·강남 등 크리스마스 용품매장 사실상 '개점휴업'
케이크 판매 신장률↓·홈메이드 세트 판매↑

[이데일리 채상우 한정선 함정선 기자] 지난 22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시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용품 제조업체 꿈동산츄리. 크리스마스를 불과 3일 앞둔 회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적막함 그 자체였다. 한창 돌아가야 할 기계는 멈춰 있고 직원 1명만이 빨간색 산타클로스 모자에 방울을 붙이고 있었다. 예전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는 직원 10여명이 분주하게 일하던 곳이다.

맹병섭(60·사진) 꿈동산츄리 대표는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매년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며 “올해는 1987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맹병섭 꿈동산츄리 대표가 물류창고에서 쌓여 있는 재고를 등에 지고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맹 대표는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꿈이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져가는 것을 볼 때마다 그 꿈도 식어버리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채상우 기자
연말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경기불황과 따뜻한 겨울탓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꿈동산츄리 물류창고에는 재고물량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작업장 한복판에 놓여있는 불꺼진 석유난로가 성장세가 멈춘 이 회사의 현재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맹 대표는 “1990년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모자만 10만개나 판매한 적도 있다”며 “외환위기 당시에도 최근처럼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사라진 특수에 힘들어 하는 이는 맹 대표 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제작·유통 업체 엑스마스포유(Xmas4U)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약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최악의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크리스마스 트리 제작업체 트리나라의 권영남(49) 경영관리부장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며 “특히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는 소형 트리는 40% 이상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길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설치하는 전구, 장식품등을 만드는 마이크리스마스의 박경순(52) 대표도 “지난해보다 1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은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명동, 강남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듣기가 어려워졌다. 연말 특수를 누리기 위해 대규모로 상품을 매입한 상인들은 한 마디로 개점휴업 상태다.

합정역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21·여)씨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기는 하지만 장사가 되는 곳은 커피숍뿐이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27·여)씨도 “지난해도 올해도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상인 A씨는 “올해 남대문시장 크리스마스 특수는 없다”며 “작년이 차라리 낫다. 그때는 적어도 평소보다 매출이 30%는 올랐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는 적자로 남대문 시장 전체가 그렇다”며 우울해했다.

대표적 크리스마스 아이템 중 하나인 케이크 판매도 예전같지 않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업계에 따르면 과거 경기가 좋았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케이크 판매 신장률이 전년대비 30%를 넘어섰다. 반면 최근 수년간은 케이크 판매 증가율이 15~20%에 머물러 있다. 케이크가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은 이젠 옛말이 됐다.

2만~3만원을 훌쩍 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저렴하게 케이크나 음식을 만드는 ‘홈파티’족은 늘어나는 추세다. 얇아진 지갑 탓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옥션 관계자는 “1만원대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세트 제품은 전년대비 40%가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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