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안전처가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제도개선 △점검강화 △교육확대 △인프라 보강 등 4개 분야 추진 경과를 분석한 결과 주요정책 8건 중 7건이 완료되지 않았다. 부처나 국회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늦어지는 정책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무리하게 ‘뻥튀기’ 식으로 계획을 짠 것도 적지 않았다.
◇안전정책 8건 중 7건 ‘미완료’
안전처는 신속한 재난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정책 중 하나로 충청·강원과 호남에 119특수구조대, 동해와 서해에 해양구조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정책 1~2). 육상에서는 30분, 해상에서는 1시간 이내에 재난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 등과 조직·예산 협의가 늦어져 현재까지 발대식을 열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해상사고에 대응하는 대형헬기는 2017년에야 도입된다. 안전처 관계자는 “연내에는 발대식을 열 예정”이라며 “건물, 헬기 등 100% 설비가 완비되지는 않았지만, 구조활동은 바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재난대응을 위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도 위기 상황이다(정책3). 안전처가 제출한 내년 재난망 확산사업 예산 약 2777억원은 목적예비비로 분류됐다. 목적예비비로 편성되면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예산 집행이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범사업만 하다가 본 사업이 결국 좌초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재난대응뿐 아니라 예방 조치도 부실하다. 연초에 안전처는 위해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안전지수, 국가안전대진단, 안전감찰 등 지자체 안전점검 평가에 따라 페널티(징계)나 인센티브(특별교부세)를 주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근’은 주되 ‘채찍’은 인색했다. 안전처는 지역안전지수 결과 등을 반영해 수천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자체에 보냈다(정책4). 반면, 재난관리에 소홀한 지자체나 공무원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정책5). 안전처 관계자는 “올해 53건의 안전감찰 지적 사항 중에서 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구는 한 번 했다”고 말했다. 재난및안전관리 기본법(77조)에 따라 문책요구 권한이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셈이다.
◇초·중·고 안전과목 제정 실종
교육 확대 정책도 ‘거북이 걸음’이다. 생애주기별로 국민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의 국민안전교육진흥 기본법안은 정부 입법안조차 만들지 않았다(정책6).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의원 입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다.
초·중·고에 안전 과목을 정규과목으로 신설하겠다고 한 정책도 표류 상태다(정책7).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만 도입하기로 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향후 정책은 주무부처인 교육부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발뺌했다.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는 재난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핵심 정책이었다(정책 8). 금융위원회가 주관해 시설 보강에 투입된 투자 펀드는 올해 1조 5000억원 목표액 중 1조3000억원(10월 기준)이 지원돼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안전처가 주관하는 풍수해보험 등 재난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난보험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정책 실적이 저조하지만 안전처는 내년도 인건비를 올해보다 688억(10.6%) 인상된 7154억원으로 책정해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소방, 해경이 안전처로 통합되면서 인건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처가 안전정책 역량을 가진 부처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출범 1년을 맞은 안전처는 출범 취지에 맞게 안전 전문성을 가진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처 내년 예산이 안전정책에 적합한지 꼼꼼히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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