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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야외공연장 연희마당. 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 ‘잠비나이’의 연주로 피리와 거문고, 해금의 신비로운 국악 선율이 울려퍼졌다. 그것도 잠시. 강렬한 하드코어 펑크록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잔잔하던 국악 연주는 일렉트로닉 기타를 만나 강렬한 비트로 변했다. 뒤이어 등장한 소리꾼 김용우는 아리랑과 장타령, 뱃노래 등 익숙한 민요를 재즈스타일의 반주에 맞춰 부르며 호응을 이끌었다. 국립국악원의 국악축제 ‘빛나는 불협화음’의 개막공연 현장. ‘퓨전국악’의 진수를 선보일 축제는 오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2. 오는 7월 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선 국악 ‘콜래보레이션’이 펼쳐진다. 올해로 6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립극장의 국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3년째 ‘여우락 페스티벌’을 지킨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거문고연주자 허윤정을 비롯해 고은 시인, 발레리나 김주원 등이 함께하는 색다른 무대를 마련한다. 나 예술감독은 “국악과 재즈 등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창의적인 무대를 꾸며볼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단체의 양대산맥인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이 ‘국악축제’로 맞대결을 펼친다. 성공적인 국악축제로 평가받는 국립극장의 ‘여우락’에 맞서 국립국악원은 ‘빛나는 불협화음’을 올해 처음 선보였다. 퓨전국악과 실내악, 월드뮤직, 록, 재즈 등 대중과 쉽게 호흡할 수 있는 음악으로 무장했다. ‘여우락’이 아티스트들의 ‘콜래보레이션’에 초점을 맞췄다면 ‘불협화음’은 철저하게 연주자들 스스로 꾸미는 무대에 중심을 뒀다.
△16개 팀의 개성 넘치는 ‘퓨전국악’
‘불협화음’은 이번 축제를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를 엄선했다. 해외파, 민요파, 호응파, 정통파 등 4가지 색깔을 가진 16개 팀이 참여해 잘 알려진 우리 노래를 퓨전국악으로 들려준다.
16일에는 상상력 넘치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소리꾼 이희문과 해금연주자 김주리를 중심으로 결성한 ‘주리스쿤스’의 무대를 마련했다. 도쿄와 오사카, 서울을 오가며 새로운 한국음악 ‘신한악’을 전파하는 ‘프로젝트 산타’(17일), 2013년 일본 후지TV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주목을 끈 최고은밴드(23일)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에스닉팝그룹 ‘RA:AK’(23일), 클래식 기타리스트 권정구(24일)의 무대도 준비됐다.
저렴한 가격도 무기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기존 2만원에서 75% 할인한 전석 5000원에 책정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앞으로 국립국악원의 대표 국악축제로 이어갈 것”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데다 각종 할인혜택도 많다”고 귀띔했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환상 ‘콜래보레이션’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음악축제다. 그간 안숙선·황병기 등 내로라하는 국악인이 함께했고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를 초청해 살아 숨 쉬는 우리음악을 선보였다. 젊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해마다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히트상품’이다.
올해는 ‘디렉터스 스테이지’ ‘2015 초이스’ ‘믹스&매치’ ‘센세이션’ 등 4가지 테마 아래 총 14개의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의 연주자’로 선정된 거문고연주자 허윤정과 나윤선이 함께 꾸리는 개막공연(7월 1일)을 비롯해 고은 시인과 국악그룹 불세출이 함께 하는 낭독공연(7월 4·5일), 남궁연·민영치·김주원(7월 15·16일)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핀란드의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등 여우락 최초의 외국 뮤지션 라인업이 포함된 믹스&매치 역시 주목할 만하다. 타악연주자 스테판 에두아르와 여성국악듀오 숨(7월 17·18일), 플루트 연주자 죠슬렝 미에니엘과 대금연주자 이아람(7월 21·22일)이 함께 꾸리는 무대 등도 마련했다.
전석 3만원. 총 14개의 공연을 14만원에 관람할 수 있는 ‘슈퍼얼리버드 패키지 티켓’도 100세트로 한정판매한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재즈의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국악무대를 통해 국내외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