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후 굴곡진 역사 속에서 기구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날은 간다>가 11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올해 <봄날은 간다>의 주역인 김자옥·최주봉·윤문식은 지난 14일 언론을 대상으로 작품의 일부 장면을 시연했다.
악극 <봄날은 간다>는 결혼한 지 하루 만에 도회지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생과부로 살아가는 ‘명자’와 배우가 되겠다며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난 ‘동탁’의 인생사를 그린다.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라 전석 매진되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봄날은 간다>에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김자옥을 비롯해 2003년 이 공연에 참여했던 초연멤버 최주봉과 윤문식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 밖에도 영화 <신이 보낸 사람> 등에 출연해온 배우 이윤표와 <요셉 어메이징>의 김장섭, <메노포즈>의 이윤표 등 TV 및 뮤지컬계의 중견배우들이 참여한다.
이날 배우들은 명자(김자옥 분)와 동탁(최주봉 분)의 결혼식 장면을 시작으로 동탁이 명자를 집에 남겨두고 집을 떠나 ‘그랜드 쇼단’을 찾아가 배우 오디션을 보는 장면 등을 선보였다. 결혼한 지 하룻밤 새 신랑을 잃어버린 명자는 다음날 아침 황망함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러나 유명한 배우가 되어 꼭 다시 고향에 돌아오겠다던 동탁의 소망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주봉은 이어 시간이 흐른 뒤 전쟁통에 절름발이가 되어 초라한 행색으로 이발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동탁을 연기했다. 동탁은 우연히 쇼단의 인기가수였던 ‘난희(이윤표 분)’와 재회해 함께 서러움을 나눈다.
“그리움에 날개 돋쳐 산 넘고 물 건너
꿈을 따라 사랑 찾아 나 여기 왔노라”
안타깝고 절절한 이 작품의 감성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은 ‘정선 아리랑’ ‘갑돌이와 갑순이’ 등 당대의 아픔이 녹아 들어 있는 친숙한 음악이다. 명자와 동탁의 결혼장면에서는 앙상블이 부르는 ‘청실홍실’이 신혼부부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고, 동탁과 난희의 재회 장면에서는 ‘행복의 샘터’가 낙망과 희망이 뒤섞인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럭키 서울’과 같은 노래는 60여년 전 서울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날 최주봉과 윤문식, 김자옥은 60~7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공개된 것은 일부 장면뿐이지만,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기에 연이어 비극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어두운 현대사를 거쳐온 기성세대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아련한 감성으로 지나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봄날은 간다>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50~80대 관객들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5월 1일부터 25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