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전격적으로 결정한 ‘웅진코웨이 매각’이 결국은 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차입금을 끌어오는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GS리테일, 교원, MBK파트너스, 중국 콩카그룹까지 수많은 인수후보들이 거론됐고, 이들의 인수는 기정사실화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막상 윤 회장은 코웨이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KTB 사모펀드(PE)를 택했다. 4년뒤에 KTB PE와 재매각에 나서거나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되사올 수 있는 옵션도 넣었다.
윤 회장은 경영자로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윤 회장이나 웅진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자를 발표했다가 입장을 뒤집은 적은 없다. 과도한 언론 경쟁이 투자자와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지난 2월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후 6개월간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과연 얼마나 ‘사실’에 근접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투자은행(IB)업계가 언론에 호의적이지도 않거니와 조단위 딜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언론의 성급한 보도때문이건, 너무 신중히 모든 카드를 살핀 윤석금 회장 탓이건 웅진코웨이와 웅진홀딩스의 주가는 그동안 마구 출렁였고, 시장 신뢰는 추락했다.
이제 M&A이슈가 당분간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웅진그룹과 웅진코웨이(021240)에 대한 투자포인트는 뭘까.
웅진그룹 우산아래 적어도 4년간 남게 된 웅진코웨이는 그룹 리스크를 짊어지고, 과거보다 더 많은 이익을 배당으로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웅진홀딩스는 KTB PE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리고 SPC에 4대6으로 60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하고, 나머지 6000억원은 SPC 명의로 차입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등의 평가대로 ‘사실상 코웨이 지분 담보대출’인 이번 거래가 웅진그룹에 유리한 부분은 ‘차입의 주체’에 있다. 웅진홀딩스가 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직접 대출을 받을 경우 매년 이자를 내야 한다. 6000억원의 차입금을 연 5%로 빌린다고 가정할 때 연간 이자비용은 300억원에 달한다. 4년간 빌릴 경우 이자비용은 12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를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는 지주회사 웅진홀딩스가 아닌 웅진코웨이 인수주체인 SPC가 부담, 코웨이로부터 나오는 현금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전망이다.
이쯤되면 과거 유진기업의 하이마트 인수와 교묘히 오버랩된다. 유진기업은 5100억원을 투자하고, 1조원이상의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SPC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유진은 인수한 지 몇달 되지 않아 SPC와 하이마트를 합병시키며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빌려온 돈을 하이마트가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충당했다. 덕분에 하이마트의 차입금과 부채비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물론 KTB PE와 웅진홀딩스가 코웨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지 않아 SPC와 웅진코웨이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코웨이는 이번 거래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내줘야 할 전망이다. 코웨이 주주로서 배당성향 상승 등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웅진그룹의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웅진홀딩스는 KTB PE를 통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힌 지난 24일 반짝 상승(3.45%)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16일 이후 8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태양광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는 25일 10.16% 급락하며 1월초 이후 최저가로 마감했다.
어찌됐건 윤 회장의 이번 선택이 웅진그룹의 재무리스크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코리아나를 매각해 코웨이에 대한 투자 확대로 웅진그룹을 키워온 윤 회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다. 부진한 태양광과 건설, 저축은행을 모두 한울타리에 계속 담아둘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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