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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세계로]⑩오리온, 외상거래 않고도 성공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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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선 기자I 2012.04.09 10:10:00

제품명부터 성분까지 철저한 현지화
"탯줄끊어라" 최고경영자 결단 기폭제
주재원들 평균 9년근무..현지 이직률도 낮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9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내기업으로 흔히 삼성과 현대차, LG 등을 꼽는다. 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폰을 앞세워 한국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린 기업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는 곳이 유통·식음료업체다. 길어야 20년, 짧게는 5년에 불과한 해외진출의 역사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세계시장에 당당히 `글로벌 코리아`의 깃발을 꽂고 있는 유통·식음료업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베이징=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식음료업체가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이 이른바 `경소상`으로 불리는 중국 현지의 기업형 도매상이다. 이들을 뚫지 못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물론 동네 구멍가게에도 제품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경소상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제품을 공급하는 곳이 오리온이다.

오리온(001800)은 1990년대 중반 중국 생산공장을 가동할 때부터 현금거래를 고집했다고 한다. 김수걸 오리온 중국법인 인사행정 총감은 "외상거래는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될지 몰라도 수금이 어렵고 결국엔 회사에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욕심 내지않고 차근차근 도매상과 신뢰를 쌓아 지금의 현금결제 관행이 정착됐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처음부터 중국시장 진출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진출 초기 초코파이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접수됐다. 포장지가 문제였다. 한국에선 별 문제없었지만 고온다습한 중국 남부지역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 오리온은 당시 생산한 초코파이를 모두 소각하고 포장지를 필름 재질로 바꿨다.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품질만큼은 회사가 보장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최고경영자의 식견과 결단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2002년을 전후해 중국법인에 "탯줄을 끊으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본사는 중국사업에 시시콜콜 개입하지 않도록할테니 중국법인도 본사에 기대 사업할 생각을 접으라고 한 것이다. 당시만해도 중국법인은 적자상태였다. 본사의 지원없이는 사업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의사결정이 빨라졌고 현지화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김상윤 오리온 중국법인 시장부 총감은 "어떻게든 여기서 뿌리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마케팅은 물론 제품의 성분과 함량도 현지에 맞게 적용하려고 노력한 것이 지금의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이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초코파이 상자(왼쪽 맨뒤)에는 `정(情)` 대신 `인(仁)`을 새겨넣었다. 한국인에게 `정`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중국인에게는 `인`이라는 단어가 그렇다고 한다. 오리온 현지화의 한 사례다.(사진=이학선 기자)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시작으로 껌, 초코송이, 고래밥, 오감자, 예감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매년 평균 40% 정도의 매출성장세를 이어갔다.
 
제품명도 한국식을 고집하지 않고 중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바꿨다. 초코파이는 `하오리여우파(好麗友派·좋은친구라는 뜻의 오리온 브랜드와 파이의 합성어)`, 초코송이는 `모구리(蘑古力·버섯과 초콜릿의 합성어)` 등으로 바꿔부른 게 대표적이다.

고래밥은 성분도 달리했다. 한국에선 밀가루를 주로 쓰지만 중국에선 감자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밀가루보다 감자를 더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이 제품은 많이 팔릴 땐 월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라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 근무하는 오리온 주재원은 40명 안팎. 이들의 주재기간은 평균 9년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2~3배 길다. 적응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무렵이면 어느새 주재기간이 끝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하는 여느 기업들과는 다른 문화다.

지난해부터 오리온 중국법인에서 근무한 강정훈 시장부 품류경리는 "중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에겐 큰 기회가 주어진 것"라며 "한국을 떠나올 때부터 각오한 일이라 주재기간이 길다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가운데 현지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현재 중국인 직원 4600명이 일하고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성장 가능성, 직원들의 처우 등이 이직률을 낮춘 요인이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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