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환율이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그리스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을 낮춘데다 중국과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23일 달러-원 환율은 1130원 상향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밤 뉴욕외환시장에서 1개월물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은 1131.0/1131.5원에 최종호가됐다. 같은 기간물 스왑포인트 2.5원을 감안하면 1128.75원으로 전일 국내시장 현물환 종가인 1126.0원보다 2.75원 올랐다.
무디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의 2차 구제금융으로 한 고비는 넘겼지만 단기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C`로 하향조정했다. 앞서 피치는 작년 7월 민간채권단과 국채교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로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과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HSBC와 마켓이코노믹스가 집계한 이달 중국의 PMI는 49.7로 전달보다 0.7포인트 하락하며 반등 한 달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 50선을 넘어섰던 유로존 제조업 PMI도 49.7을 기록해 예상치인 50.5를 밑돌았다. 유로존 경제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회복세가 부진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과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우려도 환율 오름세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유로존 불안감이 재부각되면서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분위기를 이어받아 급락할 경우 환율은 1130원대에서 종가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완화로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는데다 고점 인식 수출업체 네고물량(달러매도)이 나올 수 있는 점은 환율 상승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엔화가 80엔을 돌파해 약세를 보이면서 엔-원 숏플레이(엔화를 팔고 원화를 사는)가 예상되는 점도 이를 거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는 미국의 신규실업청구건수와 주택가격,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등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