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늘 때가 되면 찾아오는 어닝시즌이건만 매번 주식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번 어닝시즌의 위력은 특히나 더 그렇다.
작년말부터 그렇게도 잘 나가던 뉴욕증시가 어닝시즌이 제대로 시작되기 전부터 고꾸라지더니 연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닝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은 알코아가 크게 부진한 실적을 보여주더니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JP모간 등 뒤를 이을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도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라는 태풍의 한 가운데 있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적은 위기의 충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JP모간의 4분기 추정 EPS 컨센서스는 3개월전에 0.59달러였지만, 1개월전에는 절반도 안되는 0.25달러로 떨어졌고 1주일전에는 0.11달러, 현재는 0.02달러에 불과하다.
우리 어닝시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005930)나 LG디스플레이(034220),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등 대표 IT기업들의 4분기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 될 것이다.
내일(15일) 첫 주자로 실적을 발표하게 될 포스코(005490)의 `1월 적자설`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의 높이를 짐작케 하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섣부른 공포에 사로잡힐 이유도 없다. 실제 실적은 까봐야 아는 것이고, 악화된 실적은 이미 각오했던 바이고 또 지나간 과거의 수치다.
그런 점에서 4분기 실적수치보다 앞으로의 전망에 더 주목해야 하며, 따라서 미리 방향성을 점쳐 움직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제 증시에서도 확인했듯이 오는 20일 취임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을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 저변에 지속적으로 흐리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정책랠리의 끝을 예단하기 어렵다. 기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기대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연초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서서히 위력을 잃어가고 있고 시장 전체거래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은 있어야 할 듯하다. 기대와 우려가 빚어내는 이중주에 맞춰 짧게짧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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