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역(逆)전세난''..집주인·세입자 ''분쟁''

박성호 기자I 2008.08.14 08:56:14

100㎡대 기존 아파트 전셋값 4000만원 가량 하락
집주인 전세금 반환 못해 ''발만 동동''..세입자 이사계획 차질
연말쯤엔 강북아파트 전셋값과 큰 차이 없을 듯..강남입성 기회

[이데일리 박성호기자]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역(逆)전세난'이 심각하다.

잠실 주공1단지(엘스)와 2단지(리센츠), 잠실시영(파크리오) 등을 재건축한 3개 단지, 1만8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장미, 잠실주공 5단지 등 인근 단지 집주인들은 이들 새 입주아파트로 옮기려는 세입자들을 붙잡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새 아파트 집주인들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신규 아파트로 입주하거나 보다 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사를 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14일 잠실지역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 112㎡의 경우 최근 전셋값이 올 초에 비해 3000만∼4000만원 가량 하락해 1억7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는 29일 입주예정인 잠실시영(파크리오) 109㎡ 전셋값도 2억7000만원 선으로 기존 3단지(트레지움), 4단지(레이크팰리스)에 비해서도 8000만∼1억원 가량 낮게 형성돼 있다.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잠실 일대 곳곳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분쟁이 불거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대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DTI규제 등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기에도 한계가 있어 전세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설사 대출을 받는다 해도 금리가 높아 집주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체 세입자를 구한다 하더라도 이미 전셋값이 3000만∼4000만원 하락한 상태여서 추가 자금 마련에도 고민이 많다.

세입자들도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자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등 기존아파트 세입자들 중 많은 수가 이 지역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잔금 납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잔금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사에 잔금 연체 이자(대출이자+관리비)를 물어야 한다.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독촉하고 있지만 집주인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서로간의 실랑이도 이어지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의 중앙공인관계자는 "10월 잠실주공1단지 입주가 시작되고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주공4단지(레이크팰리스) 전세물량도 12월경 나올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전세값 하락은 다른 단지까지 확산될 것"이라며 "그 때쯤이면 강북지역과의 전세값 차이가 거의 없는 전세매물도 나올 것으로 예상돼 수요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도 "앞으로의 파크리오와 엘스 입주예정 물량만 1만2000여가구가 남았다"며 "당분간 세입자 모시기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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