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리전’ 대만 선거 열린다…친미 vs 친중 후보 2파전

이명철 기자I 2024.01.13 08:59:13

올해 글로벌 ‘대선의 해’ 첫 선거…세계적 관심 집중
정권 연장 노리는 민진당 라이칭더, 민주주의에 호소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대화 통한 양안 관계 안정”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대선의 해’로 불리는 2024년 대만에서 처음으로 주요 선거가 시작한다. 이날 대만에서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불리는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 후보와 친중 성향인 제1야당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이날 대만에서는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9시)부터 총통·부총통과 입법위원(국회의원) 113명을 뽑는 선거가 시작한다. 대만 시민이 직접 총통을 뽑는 선거는 1996년 이후 이번이 8번째다.

총통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집권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제1여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민중당의 커원저 3명이다.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허우유이 후보가 근소한 차로 뒤쫓고 있어 누가 당선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만 연합보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인 3일 직전인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 후보는 지지율 32%를 기록했다. 이어 허우유이 후보가 27%, 커원저 후보 21%로 뒤를 이었다.

민진당은 최근 두 번의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8년간 집권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8년 이상 집권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12년 정권 연장에 성공할지가 관심사다.

라이칭더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대만의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친중 성향 정당에 정권을 주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허우유이 후보는 민진당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한편 중국과 대화를 통해 양안(중국과 대만) 안정을 찾아야 한다며 표심에 호소했다.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대만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 선거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AFP)


커원저 후보는 정쟁에 지친 20~30대 젊은 대만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야권의 커원저 후보에게 표가 몰릴수록 상대적으로 여권인 라이칭도 후보에게 유리하게 되는 형국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이 갖는 전략적 중요도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관심도 아주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대만 선거가 끝나면 바로 초당파 의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어느 한편을 들지 않으며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추가 군사적 압박이나 강압으로 대응할 경우 중국은 도발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정권을 잡아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길 원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대만 지역의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이므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인하지 않는다”며 미국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양안 관계가 급변할 수 있어 이웃나라인 한국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대만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있는데 이 기업의 향후 공급망 변화 등도 지켜봐야 할 요소다.

美中 대리전 대만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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