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무서울 정도로 전권을 받았다”는 인 위원장은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습니다. 특히 당 통합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정계 큰 어른인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부터 당 원로 격인 홍준표 시장, 윤석열 정부와 각 세운 유승민 전 의원 등 폭넓게 만나고 있습니다. 만남은 불발됐지만 예고 없이 이준석 전 대표의 부산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1호 혁신안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당 징계 처분 취소를 건의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비윤(非윤석열)까지 껴안겠다는 취지입니다. 당내 인물은 아니지만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과도 접견하며 다양한 인물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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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거침없는 것은 혁신안입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을 인선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자신이 의사인 것을 거론하면서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바른길을 찾아가겠다”며 당을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혁신위가 공식 의결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을 향해 던진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 권고는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9일 발표한 비례대표 당선권에 45세 미만의 청년을 50% 의무 배정하는 혁신안 역시 파격적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이 당선 유력한 지역 일부를 ‘청년 전략지역구’로 선정해 청년 간 공개 오디션을 거쳐 청년 후보를 공천하자고도 제안했습니다.
통합 행보까진 좋았지만 불출마 또는 수도권 등 어려운 지역 출마 권고부터 당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는데 반길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특히 영남권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심상찮습니다. ‘영남 스타’로 꼽힌 5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의정보고회에서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칠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9일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는데 요즘 보도를 보니 너무 급발진하는 것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라고 일단 진화했습니다.
약은 처방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약을 거부하는 환자에겐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약을 먹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때론 설득해야 합니다. 혁신위가 그 출발점이던 보궐선거 패배를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지도부를 비롯한 당도 혁신위 출범할 때의 그 각오로 혁신안을 받아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에 혁신위 ‘메기 효과’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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