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프 셀러`(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에 오른 산문집 `쇳밥일지`. `청년공` 출신 천현우 작가는 자신을 `용접의 세계`로 이끌어 준 전문 노가다꾼 `포터 아저씨`가 전해준 건설 현장의 민낯을 듣고선 이렇게 생각한다. 끝없이 발생하는 산재, 열악하다 못해 처참한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 사회를 향한 고발이자, 자신의 삶을 냉소하지 않되 견뎌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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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른 집값 하락, 거래 절벽 같은 말들이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수십억씩 하는 아파트값 하락이나 종합부동산세(전 국민의 98%는 대상이 아니다) 등 `돈`에 대한 우려는 차고 넘치지만, 폭우 때마다 반복되는 반지하·주거 취약계층의 `잔혹사`와 `안타까운 생명`은 금세 잊혀지고 만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중대산업재해를 보면 `사람이 먼저다`는 말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예외인 듯 하다. 서울시의 행정 처분을 앞두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 문제도 그렇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난 8월 청문회 개최 후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시는 “청문 주재위원들의 의견서를 받고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란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로 발생한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시공사인 현산에 최고 수위 행정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시에 요청한 바 있다.
일부에선 “`등록말소`라는 처분이 내려지면 해당 기업 소속 노동자, 협력업체, 부동산 관련 금융권까지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징금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건설 현장의 재해 사고가 반복되도록 한 불감증을 키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에야 말로 엄정한 처분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후진적인 인명 사고가 되풀이되는 `비극의 사슬`을 끊을 때다. 한 차례 현산 측의 과징금 처분 변경 요청을 받아들여 `봐주기` 논란을 자초한 바 있는 시는 이번에도 최소한의 영업정지 조치 처분으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신속하고 엄정한 처분은 앞으로 서울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이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것은 `대기업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다. 민선 8기 취임 첫 날,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명록에 남긴 글귀는 `약자와의 동행`이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서울시장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자 평생의 과업”이라는 말이 허울뿐인 다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