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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콘텐츠 방영 금지, 보도한 기자엔 총구…본색 드러낸 탈레반

주미희 기자I 2022.03.19 11:28:49

'탄압 재개' 탈레반, 방송사들에 외국 드라마 등 방영 금지 요구
서명 안한 4개 방송사 관계자들 및 기사화한 언론인 체포·구금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주미희 기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외국 드라마 방영 금지를 각 방송사에 강요하고 이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인들도 체포·구금했다.

19일 톨로뉴스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2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방송사들에 드라마를 포함해 외국 콘텐츠를 방영하지 말라고 통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방송사 측에 관련 서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아리아나TV 등 2개 방송사는 이 서약서에 서명했지만 톨로TV 등 4개 방송사는 서명하지 않아, 16일 탈레반 정보부가 서명하지 않은 4개 방송사 관계자들을 체포해 밤새 구금했다. 이들은 소속 방송사와 상의해 즉시 외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겠다고 서명한 뒤 풀려났다.

하지만 톨로TV가 탈레반의 드라마 방영 중단 강요 사실을 18일 오후 6시 뉴스에 내보내자 1시간 30분께 뒤 탈레반 대원들이 톨로TV로 찾아와 온라인 팀 직원에 총을 들이대고 해당 뉴스를 삭제하게 했다.

이어 탈레반은 톨로TV 국장과 뉴스 진행자, 법률 담당자 등 3명을 체포해 구금·협박한 뒤 풀어줬다.

아프간의 언론인 단체는 “탈레반은 언론인을 괴롭히고 체포, 협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탈레반은 국제무대 진출에 힘을 기울여왔다.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아야 원조, 송금, 동결된 해외 보유자산 해제 등을 통한 경제난 타개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 언론인 등 언론 탄압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도 수용해 여성 언론인들의 활동 보장과 정부 차원의 언론 불간섭 원칙을 제시하는 등 유화적인 정책을 꾸렸다.

그러나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 언론 종사자 최소 50명이 경찰이나 탈레반 정보기관에 체포되거나 구금됐다고 밝혔다.

또한 탈레반 재집권 후 543개 언론사 가운데 231개 언론사가 문을 닫았고, 6400명 이상의 언론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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