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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섬세하게 색을 입힌 로봇이 우뚝 섰다. 주위에 흩어진 조각으로 유추하건대, 레고로 만든 로봇이다. 그런데 몸에 입힌 색이며 문양이 단순치 않다. 다채롭지만 화려하진 않은, 대입과 반복이 적절한, 볼수록 익숙한 맛이 난다. 맞다. 단청이다. 청·적·황·백·흑 등 다섯 색을 기본으로 목조건축물에 무늬와 그림을 새겨넣는 전통기법.
작가 황두현이 단청을 로봇 장난감에 절묘하게 얹어낸 거다. 이름 하여 ‘달마 피규어’(Dharma Figure 1·2019). 중국 남북조시대 선승인 ‘달마’가 21세기 장난감에 빙의했다고 할까. 청년단청미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는 문화재수리기술자(단청), 문화재수리기능자(화공·모사공) 자격을 갖춘 실력자기도 하다.
이미 한참 멀어진 단청이나 불화 기법을 요즘 사물에 박아넣는 신선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장난감·곤충·운동화·수도꼭지 등에 알록달록 새기는 식으로 말이다. 현대적 감각과 전통적 미감을 한껏 어울린 유쾌한 상상력이 눈을 즐겁게 한다.
2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무우수갤러리서 노재학·문활람·이양선·정금율·최경준·최문정과 여는 기획전 ‘단청’에서 볼 수 있다. ‘전통미술 현대화’를 취지로 개관한 갤러리 오픈 기념전이다. 면에 채색. 150×100㎝. 작가 소장. 무우수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