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김수민 아나운서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수망구 TV’에 드라마 펜트하우스 대본 연습 영상을 올렸다. 대본 연습 부분은 빨리감기 처리됐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중심으로 해당 부분을 느리게 재생한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김 아나운서가 빠른 배속으로 올린 대사는 '펜트하우스 시즌2' 초반 부분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내용이었다. 이후 스포일러 의혹이 거세지자 김 아나운서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 직장인들의 브이로그 영상 촬영이 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영상만큼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혹여나 직원들의 브이로그 영상 속에 회사 기밀 등의 유출 우려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직장 브이로그... 기업 기밀 유지에 '적신호' 켜져
‘직장인 브이로그’로 인한 기밀 유출은 비단 김수민 아나운서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에 직장 브이로그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직종의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온다.
요식업은 직장 브이로그가 영업 기밀을 유출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근로 내용을 영상에 담을 시에 기업 기밀인 제품 레시피가 유출되는 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카페 근무 브이로그는 기업 기밀 유출의 소지가 커보였다.
영상에서는 음료에 들어가는 분말의 종류부터 음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재료의 비율까지 공개된다. 업무 중간 중간에 카페 머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델 번호가 여과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제품 레시피 등 영업비밀에 관한 외부 유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 기업 기밀을 노출하는 브이로그에 경우 삭제 요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방 내 촬영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과 기타 정보 등을 노출하는 것을 일절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직장 뒷담화에 기업은 '곤란'
기밀 유출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손상'도 화두로 떠올랐다.
구독자 23만명에 달하는 '이과장' 채널은 '직장 뒷담화'를 전면으로 콘텐츠화했다.
'중소기업 장점' 영상에서 "이 기업의 장점은 냉장고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직장생활 6년차 상사 뒷담화' 영상에서는 "직장 상사는 다들 중2병 환자인 것 같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상사 뒷담화' 영상은 조회수 13만 5000회, 좋아요 2300회를 기록하며 누리꾼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채널 계정주가 근무하던 회사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과장이 근무했던 한 기업은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를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낱낱이 올리는 건 조금 곤란하다"고 밝혔다. 유튜버가 영상을 통해 말한 내용이 회사 이미지 전반을 손상시킬까 우려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밀 유출 금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브이로그는 직장인 사이에서 열풍 그 자체다. 일정 구독자와 시청 시간을 충족하면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수입을 올릴 수 있어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브이로그 영상이 쏟아진다.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씨(25)는 "주변에서 직장인 브이로그로 부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었다"며 "개인 채널에 올리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영구 노무사 (노무법인 119)는 "회사의 기밀 사항을 노출한다면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지만 단순히 출장 내용을 공개한다든지 회사를 비판한다는 내용이라면 징계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유튜브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에는 회사 기밀 유출 금지에 관한 내용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