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락일 주식 쓸어담은 개미…"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산다"

박정수 기자I 2020.12.30 00:30:00

2조 넘게 주식 쇼핑…역대 최고치
"대주주 부담 벗자 배당락에 저가매수"
고점에도 매력 여전…"내년 상반기까지 자금 유입"
경기민감주 담고 IT플랫폼으로 알파 전략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연말 개미는 팔고 기관은 산다는 공식이 깨졌다. 특히나 배당락일에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넘는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지난달 기록했던 일별 기준 사상 최대치에 맞먹는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 순매수까지 합치면 2조45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투자 매력 감소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주식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2조 쇼핑 나선 개미들…역대 최고치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91포인트(0.42%) 오른 2820.51로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2810.55로 전 거래일(2808.60)보다 상승 출발했으나 배당락 영향에 장 초반 코스피가 2792.06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의 올해 현금배당락 지수를 배당락 전날 종가 2808.60보다 44.27포인트(1.58%) 낮은 2764.33으로 추정했다. 이는 12월 결산법인 배당락일인 이날 코스피가 거래소 추정치인 44.27포인트 하락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수가 보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오후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코스피는 2820선을 돌파,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90억원, 1조9723억원어치 팔았으나 개인은 2조198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지난 11월30일 개인투자자들이 2조2200억원 순매수하면서 일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개인들은 총 2조4693억원어치 사들이면서 지난 11월 30일에 보였던 순매수세(2조4296억원)를 넘어섰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이 다가오고 배당락때마다 개인들은 팔고 기관들은 사는 계절성을 보였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개인투자자의 경우 연말 보유 금액을 기준으로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므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고려해 배당락 이전에 주식 비중을 축소한다. 실제 최근 5년치(2015년 1조5857억원, 2016년 1조5878억원, 2017년 5조1314억원, 2018년 1조5794억원, 2019년 4조8230억원)만 봐도 개인들은 12월에 모두 순매도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내년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만큼 배당락을 매수기회로 활용,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정일(28일)이 지나자마자 대거 주식 쓸어담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 12월은 개인투자자는 총 4조3192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최 센터장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정일(28일)이 지난 영향도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 대기수요도 많다”며 “배당락을 계기로 그간 주식시장 상승기에 박탈감을 느꼈던 투자자들이 추가로 자금을 넣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우선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스탠스가 지속되는 한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산층이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불과 2년 전에는 9년이 걸렸으나 현재는 12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소득을 모아야 한다”며 “연간 가계 소득 증가율은 1%대로 정체돼 있는데 집값이 더 빠르게 올라가다 보니 재산소득을 늘리는 대안으로 주식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정부의 대출 규제 및 과세 확대로 보유에 따른 실익이 과거보다 감소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 매력 감소가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 유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최 센터장은 “금리가 너무 낮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요즘 같은 활황에 한마디로 주식시장을 돈 되는 장사로 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투자자예탁금만 봐도 60조원 대로 예년보다 30조원은 많은 상황”이라며 “코스피가 역사점 고점이라고는 하나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스탠스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개인투자자의 매수 랠리에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여전히 낮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계 순저축률도 낮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으로의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당분간 경기민감주 담아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민감주를 포트폴리오를 담아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경기회복기인 현재의 여건들이 경기민감주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물량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달러 기준)를 보면 11월 수출물량지수(119.56)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상승했다. 직전 두 달인 9월(125.25), 10월(117.02)에 이어 석 달 연속 올랐다. 수입물량지수(118.11)도 9.1% 올라 수출과 수입물량이 석 달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전기장비(16.5%)나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2.2%), 화학제품(12.6%)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방인성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차를 고려할 때 내년 1분기까지 국내 수출은 견조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에 대한 탄력성이 높은 대형주와 가치주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최 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면 조선과 운송까지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제조업들의 생산 차질이 줄어들면 상장사 실적도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만 내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현상(경기민감주 및 언택트 강세, 소비재 및 항공 약세)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환경(전기차, 배터리 등)과 관련된 종목이나 언택트 관련된 종목은 알파 전략으로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