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말 잘 듣던 코스피, 최근 ‘독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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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수급상 증시에 대한 설명력은 이례적으로 개인이 도맡고 있었는데, 지수의 오르내림이 외국인, 기관의 수급보다 개인의 수급에 의해 좌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근 들어선 개인이나 외국인, 기관 할 거 없이 수급 주체별 증시 설명력이 모두 약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기관의 매매 동향에 따른 지수 연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주체별 증시 설명력이란 특정 투자 주체의 매매 행태에 따라 지수가 등락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른 수급 주체의 매매와 상관없이 개인 투자자가 1000억원을 순매수한 날 지수가 1%포인트 오르고 1000억원 순매도한 날엔 반대로 1%포인트 떨어진다면, 개인의 증시 설명력이 큰 것이다. 김 연구원의 설명은 한마디로 개인의 ‘말을 잘 듣던’ 코스피가 최근 들어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월별 상위 순매수 10개 종목의 수익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난 5월 한달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0개의 평균 수익률은 10.3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의 수익률 평균은 5.71%로 절반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달 평균 수익률은 개인이 17.14%, 기관이 17.49%로 큰 차이가 없었다.
◇ “증시 주도권, 외국인·기관 넘어온다” vs “‘개인 장세’ 지속”
향후 개인의 증시 설명력이 기관이나 외국인으로 넘어올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치주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같은 변화를 기관과 외국인이 매매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우 최근 1년 전 대비 순매도 강도가 가장 강한 것이 보험과 유틸리티 등 가치주인데, 기관과 외국인이 이를 강도 높게 순매수하고 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건 5G 및 클라우드 등 성장과 관련된 통신과 반도체로, 개인이 이를 모두 순매수 중이다.
김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의 동향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 CBR 지수’와 유가 등 경기에 영향력이 큰 팩터들이 유의미한 반등을 하는 등으로, 9월은 가치주가 우세할 것”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보면 이런 변화를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뚜렷한 손바뀜이 발생하는 가운데 향후 승자가 누가 될지 9월은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인 수급이 지금까진 유효했고 중기적으로 봤을 때도 힘이 크겠지만 1년, 3년 후엔 지속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반면 개인 수급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며, 나아가 개인이 무엇을 샀는지를 고려한 투자전략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금리를 통한 통화량 증가가 지속되는 한 고객예탁금은 최소 100조원 이상 증가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 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개인들이 매수하는 종목이 더 올라 주도주가 명확해지는 장세가 재현되는 것을 감안, 투자전략을 세울 때 1개월간의 개인 순매수 강도를 팩터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