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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복지재단, 위탁가정 아동 부모 빚 대물림 막는다

양지윤 기자I 2020.06.23 06:00:00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 업무협약
"후견인 선임부터 상속한정승인까지 모든 과정 지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A 할머니는 매일 폐지를 주우며 홀로 초등학생 친손자를 키우고 있다. 손자의 친모는 손자가 백일이 되기 전 가출해 연락이 끊겼고, 친부 또한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손자 앞으로 수 천만원의 빚을 갚으라는 소장이 날아 왔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손자의 외할머니가 빚을 남기고 사망해 그 빚이 친모에게 상속되었는데, 친모가 상속포기를 하는 바람에 난데없이 손자에게 그 빚이 넘어온 것이었다. A할머니는 초등학생에 불과한 손자가 왕래는커녕 생사조차 모르던 외할머니의 빚을 떠맡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이하 공익법센터)와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가 A 할머니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4일 ‘위탁가정 아동을 위한 법률지원’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3일 밝혔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사망·실직·질병·학대·수감 등으로 아동이 친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때 일정기간 동안 일반인, 친조부모·외조부모, 8촌 이내의 친인척 등의 가정에서 보호받는 제도다. 하지만 아동이 가정위탁보호를 받는 동안에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친부모가 친권을 가지고 법적대리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아동을 양육하는 위탁양육자는 아동 명의 계좌 개설, 휴대전화 개통 등 간단한 것조차 해줄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는 가정위탁보호를 받는 아동이 법정대리인의 부재로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가정위탁 기간 중 친부모의 사망으로 아동이 부모의 빚을 상속받게 되는 등 법률지원이 필요한 사례가 발생하면 이를 공익법센터에 연계한다. 공익법센터는 필요에 따라 친부모의 친권 정지, 조부모 등 위탁양육자 미성년후견인 선임, 아동의 상속포기 또는 상속한정승인 등의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공익법센터장인 김도희 변호사는 “빚의 대물림 방지에 관한 법률지원은 망인이 사망한 날부터 3개월 이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 자칫하면 법적대응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법률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바로 연계할 수 있게 되면서 즉각적이고 시의적절한 지원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책적으로 보호아동에 대해 시설 보호보다 가정보호가 우선시되고 있으나 미흡한 제도로 인한 각종 애로사항들과 더불어 기존의 대규모 아동양육시설과는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법적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협의를 통해 점차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심형래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아동들의 후견인 선임·상속포기 등과 같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전문적인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협력체계가 마련됨으로써 우리 센터는 물론 아동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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