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하나금융13호스팩(320000), 삼성머스트스팩3호(309930)라는 이름의 두 회사는 각각 ‘회사합병결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공시를 냈습니다.
하나금융스팩13호의 경우 마이크로칩, 반도체 검사 장비를 제조하는 ‘윈텍’이라는 회사와 합병을 결정했으니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한다는 내용까지 추가 공시됐습니다. 또 삼성머스트스팩3호는 온라인 가구 판매 업체인 ‘오하임아이엔티’라는 회사와 합병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스팩’이라는 회사들은 무엇이기에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회사와 합병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스팩(SPAC)은 영어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즉 특수한 목적을 위해 결성된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이 회사의 목적은 단 하나, 비상장기업과의 인수합병입니다. 즉 실제 회사처럼 영업해서 돈을 버는 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닌 ‘기업 인수’라는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 셈입니다.
이처럼 스팩의 뚜렷한 목표는 상장을 노리는 비상장 회사엔 곧 좋은 기회가 됩니다. 상장에 필요한 공모 자금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일반 상장보다 이미 상장해있는 페이퍼 컴퍼니와의 합병은 보다 과정이 간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등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데다가 시장의 관심도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기업에 더욱 필요한 창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공모자금을 심사 청구 초기부터 확정할 수 있는데다가 외부 변수의 영향이 적고, 인지도가 낮은 기업도 가치 평가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스팩의 ‘유통 기한’은 최대 3년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합병할 만한 회사를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됩니다. 또한 페이퍼컴퍼니여도 상장회사인 만큼 투자설명서나 분기보고서, 주주총회 등 상장사로서 지니는 의무가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공시도 이뤄집니다.
|
하나금융13호스팩의 지난달 28일 공시를 보면 이들은 오는 6월 9일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습니다. 이날 허민석 윈텍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의안이 있습니다. 또한 사업목적 역시 합병을 계기로 윈텍의 원래 사업 목적인 전기, 전자제품 제조업과 반도체 장치 제조업 등으로 변경하는 안건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스팩 합병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합병 비율’과 ‘합병액’입니다. 삼성머스트스팩3호의 경우 오하임아이엔티와의 합병 비율을 1대 7.1695652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합병가액은 각각 2070원, 1만4841원으로 나옵니다. 이는 기업의 본질 가치와 상대가치를 비교해 나온 값인데, 앞으로 투자자가 합병 과정에서 얼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가늠할 만한 척도인 만큼 ‘기업 가치 평가’라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 측면에서 보면 ‘스팩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괜찮은 기업과 성공적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으며 합병에 실패해 스팩이 상장 폐지하더라도 원금과 1.5%가량의 이자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 투자자를 대신해 좋은 기업을 찾아 나서는 스팩에 주목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