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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서울 전세시장에서 ‘반전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커진 반면 은행금리는 1%대로 전세금을 통한 이자 수익은 낮아 차라리 월세를 받는 ‘반전세’로 세금 인상분을 충당하겠다는 셈법이 집주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전세에 가까운 월세를 뜻하는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경우로 공공에서는 ‘준전세’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8769건을 기록했다. 직전 1월 1만709건보다 약 1940건(22%)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이 기간 준전세(=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늘었다. 1월 전체 11%(1248건)에서 2월 13%(1146건)로 약 2%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9~10월 평균 9%를 유지하던 서울의 반전세 아파트 계약 비중은 12월 들어 14%로 크게 늘어났고 이후 줄곧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월세 거래 건수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등 전월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계약건이 등록되면 반전세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로 꼽는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99㎡ 짜리도 2월 말 보증금 7억4000만원에 월 85만원의 반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2년 전 8억원 초반에 거래됐던 전세매물이다. 잠실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단지는 전세매물도 많이 없거니와 전셋값도 오르는 추세”라며 “이렇다 보니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학군수요가 꾸준한 강남구 대치동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대치 포스코 더샵’ 아파트에서 올 들어 임대 거래한 2건 중 전세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준월세 1건·반전세 1건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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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12·16 부동산대책 대출 규제 여파로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러한 집주인 우위의 시장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이슈화되면서 전세 대신 ‘반전세’로 내놓는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반전세 가격도 올라
전셋집을 못 구하거나 대출에 걸려 자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 가격 상승폭이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2월 준전세 가격지수는 99.93으로 직전 달보다 0.15%가 올랐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100.04) 이후 가장 높은 준전세 가격지수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 지수는 준전세 가격의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준전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전세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셋값과 함께 준전세값도 덩달아 올랐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전세 품귀 현상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 이슈가 또 있어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전세 대신 반전세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