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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개혁 한계·사법농단 솜방망이 징계…기대 못미친 김명수號 개혁

안대용 기자I 2019.09.23 06:30:00

지난해 취임 1주년 사법개혁 대국민 담화 후 1년
법조계 안팎, 사법행정자문회의 등 `셀프 개혁` 한계 지적
"비전 부재에 사법개혁 의지에 의구심"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식사를 통해 사법제도 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법원행정처 비법관화`를 완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선발해 법원행정처에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한가위 명절을 앞둔 지난해 9월 20일.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사법 개혁에 대한 담화문을 내놨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사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사법행정을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오는 2023년까지 법원사무처 비(非)법관화를 완성하고 재판 제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개혁 기구를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는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사법개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국민 담화 발표 후 1년이 지났지만 김 대법원장이 언급한 사법개혁의 첫 발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입법 사안의 경우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도 있지만, 법률 개정·제정 없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고 구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서울 지역 법원의 A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어떤 생각과 결을 갖고 사법개혁 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사 출신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도 “국민에게는 물론 사법부 구성원에게도 김 대법장의 비전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임기 초반을 너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셀프 개혁` 비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법원 조직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적 개선 작업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그러자 대법원은 지난달 대법원 규칙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대법원장의 자문기구를 설치했다.

하지만 외부 인사 참여 등 위원 구성과 실질적 역할을 두고 사법개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하는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기는커녕 되레 정당화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위원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해소하라는 게 민심인데 더 강화하는 체제를 만든 것”이라며 “사법행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마련하라는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 징계도 `솜방망이`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의 징계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시간을 끌다 다수 판사들의 징계 시기를 놓치고, 일부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법관징계위원회에 징계 청구를 할 수 있고 징계시효는 징계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3년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차로 징계가 청구된 법관 13명 중 8명에 대해 징계를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월 2차로 10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한 교수는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사법개혁과 사법농단 사건 청산인데 그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등의 과제를 더욱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 법원의 B부장판사는 “남은 임기 동안 대법원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비전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법원의 C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 후(구성원들이 받은)상처를 위무하려 애쓴 공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법개혁 부분 등에서는 실망한 법관들이 적지 않아 더 적극적으로 개선 작업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변과 참여연대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를 열어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2년 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향후 사법개혁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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