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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對中관세 일부 연기…무역전쟁, 새 국면 진입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대상 품목으로 휴대전화, 노트북(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PC모니터 등을 꼽았다. 특정 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의류도 관세 연기 대상에 올랐다. 중국에서 조립·생산되는 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부과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수입규모가 가장 큰 품목들이 포함되면서 예상보다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대전화와 랩톱의 교역규모는 약 800억달러로, 추가 관세부과 대상인 3000억달러 규모 제품의 4분의 1을 넘는다”고 썼다. 더 나아가 USTR은 또 다른 특정 품목들도 “보건과 안전, 국가안보 등을 고려해 관세 부과 대상 목록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된다.
이번 조치는 13일(중국시간) 미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 간 전화통화 직후 이뤄졌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2주 내 추가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중국과 무역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내달 예정된 양국의 무역협상도 취소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내달 워싱턴D.C.에서 예정된 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은 예정대로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과의 협상 재개와 함께 (관세 부과) 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꺼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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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양국 간 충돌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한편, 향후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지난 1일부터 전날(13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약 100포인트(3.2%) 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날 USTR의 발표 이후 S&P500 지수는 42.57포인트(1.48%) 급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휴대전화·장난감과 같은 용품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부여한 건 새 학기 학용품 구매부터 크리스마스 쇼핑에 이르기까지 연말 4개월에 접어드는 미국 소비자의 혼란을 피하고자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가 혹시나 모를 ‘연말 쇼핑 대란’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취재진에게 “일부 관세가 미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자들의 쇼핑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관세를 미뤘다”고 말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면전의 역풍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날 USTR의 조치는 관세 전면전의 후폭풍을 고려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중국의 버티기 전략이 주효했다는 의미다. 월가의 저명한 공매도 전문가 짐 채노스는 “중국은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고 볼 것이며, 시간 끌기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가진 유일한 의문은 중국이 (민주당의) 대선 승리 기회를 기다렸다가 허약하고 효과적이지 못하며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누군가와 (무역갈등을) 해결하길 원할 것인지 여부”라며 중국의 시간 끌기 전략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