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화마(火魔)가 앗아간 것은 영화 유산만이 아니었다. 1940년대 이후 록의 역사가 담긴 수많은 음악 유산도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이 11년 만에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당시 화재를 ‘음악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큰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화재로 인해 소실된 것은 유명 뮤지션들의 마스터 테이프였다. 마스터 테이프는 음악이 녹음된 원본이다. 롱플레잉 레코드판(LP), 컴팩트 디스크(CD), MP3 등의 소스로 사용된다. 녹음 당시의 음원을 담은 단 하나의 오리지널 레코딩이어서 음악 팬들과 오디오 전문가들은 마스터 테이프를 특별하게 여긴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지난 2009년에 작성한 내부 비밀 문건에 따르면 당시 화재로 인해 약 50만곡의 마스터 레코딩이 사라졌다. 여기에는 빌리 할리데이,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알 졸슨, 빙 크로스비 등의 데카 레코드 콜렉션 등이 포함됐다. 체스 레코드 시절 척 베리의 음원, 빌 헤일리의 “Rock Around the Clocks” 마스터 테이프도 불에 탔다. 소실된 마스터 테이프 목록에는 BB 킹, 엘튼 존, 에릭 클랩튼, 이글스, 에어로스미스, 톰 페티, 폴리스, 스팅, REM, 건스 앤 로지스, 노 다우트, 나인 인치 네일스, 너바나 등도 이름을 올렸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담긴 역사적 유산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사실이 10년도 더 지난 뒤에야 밝혀진 것은 ‘위기 관리의 승리’라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자 조디 로센은 말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곤란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스터 테이프가 소실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마스터 테이프가 사라진 데 따른 뮤지션들의 반발도 고려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보도가 나오자 유니버설 뮤직 측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우선적인 업무”라며 “10여년 전 발생한 화재는 상업적으로 발매된 음악이나 아티스트의 이익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히 “소실된 마스터 테이프 목록에 나온 레코딩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마스터 퀄리티, 고해상도, 오디오파일 버전으로 발매됐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테이프가 소실됐다는 점은 많은 음악 팬들과 뮤지션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모든 음반의 원본인 마스터 테이프가 없어졌다는 상실감 외에도 마스터 테이프에 담겨있었을 미공개 음원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졌기 때문이다.
너바나의 베이시스트였던 크리스 노보셀릭은 한 트위터 팔로워가 “‘Nevermind’(너바나의 1991년 앨범) 마스터 테이프가 사라졌다는 의미인가요”라고 묻자 “영원히 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1970년대 인기 록 밴드 스틸리 댄은 마스터 테이프 소실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잃어버린 보물”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음악인들의 안타까움과는 달리 레코드 회사들이 마스터 테이프를 대하는 자세는 차이가 큰 것 같다. 레코드 회사들의 마스터 테이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1970년대 CBS 레코드 직원들이 고철로 팔기 위해 마스터 테이프를 파괴한 적도 있었고, RCA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스터 테이프를 폐기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마스터 테이프가 사라져도 이미 발매된 음반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일까. 이번에도 유니버설 뮤직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해명 없이 조나스 브라더스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보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음악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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