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김경수에 묻힌 선거제도 개혁…'패스트트랙' 추진될까

한정선 기자I 2019.02.03 10:00:00

심상정 "한국당 선거제 협상 의지 없으면 특단의 방법"
내년 총선 치르려면 2월 임시국회서 선거법 처리해야
여야 4당 합의안 도출, 국회 정상화 등이 관건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여야 5당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한 것에 항의해 자유한국당이 24일부터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은 이를 만류하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으로 패닉에 빠졌다.

사실상 2월 합의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그나마 남아 있는 대안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방안이 거론된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 찬성으로 지정한 법안을 330일 안에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제도다. 현재 선거법 개정에 가장 소극적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이 합의만하면 재적 위원 5분의 3을 확보할 수 있어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해서다.

지난 31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간담회를 하기로 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홍영표 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심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한국당이 2월에도 국회 보이콧을 계속할 경우 선거법 개정안을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동 직후 심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끝까지 협상에 참여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특단의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들이 여야 5당이 함께 합의해야 하는 선거법 개정 문제를 패스트트랙으로 까지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선거법 개정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내년 4월 15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새 선거제도를 적용해 선거를 치르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 13개월 전인 올해 3월 15일까지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내야 한다. 국회는 이 안을 가지고 올해 4월 15일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한 여야 4당의 합의안을 만드는 일이다. 야3당은 순수한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순수한 연동형 비례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대신 민주당은 비례성을 강화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내놓고 있다. 또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에 소극적인 것도 걸림돌이다. 바른미래당은 여야 4당이 한편이 돼 한국당을 압박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아직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치 국면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선거법 개정안 처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홍영표, 나경원, 김관영 원내대표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국회 정상화는 합의하지 못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한 처리가 아직 남아 있고 여기에 한국당이 손혜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와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2월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의 마지막 카드가 패스트트랙으로 떠오르지만 막상 국회 자체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안 합의를 보더라도 상임위에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법안 처리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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