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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종합화학사로 탈바꿈…‘非정유’에 13조 올인

김미경 기자I 2018.09.11 06:30:00

“정유업 미래 안보인다” 에틸렌 키우기
전기차 시대 도래도 정유업 위기 초래
국제 유가 의존도 높아 수익성 악화 우려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석유화학 시설인 제2아로마틱 공장 전경.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종합 석유화학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기조와 더불어 전기차 시대 도래, 국제유가 등 대외영향에 취약한 정유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정유 4사가 석유화학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만 13조원에 달한다. 방향은 일제히 ‘에틸렌’이다. 에틸렌은 이른바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화학제품의 기초원료로 쓰이고 있어 다른 하류(다운스트림) 제품을 만들거나 이를 생산하는 업체에 공급할 수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줄줄이 ‘조 단위’의 에틸렌 생산시설 신설 및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에도 외부 변수에 취약한 정유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비정유 사업에 발을 넓혀왔으나 올해들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까지 국내에서 계획하고 있는 에틸렌 설비 신·증설 규모만 480만t에 이른다”며 “현재 900만t가량의 생산량에서 5년 뒤 50%를 넘어선 138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쓰오일의 신규 설비 투자다. 에쓰오일은 오는 2023년까지 울산 온산공장 인근 부지에 연산 150만t 규모의 에틸렌 시설 건설을 위해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석유화학 원재료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까지 가능해져 업계 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GS의 경우 향후 5년간 14조원을 에너지부문에 올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약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MFC)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2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사업 단지(HPC)를 신설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 에틸렌 75만t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앞서 LG화학도 여수와 대산공장에 각각 80만, 30만t씩 생산설비 증설을 예고한 바 있다.

2021년까지 총 110만t의 에틸렌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유사들이 비정유 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더이상 정유업만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정유업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정유업 특성상 유가 동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도 탈(脫)정유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다.

다만 대다수 설비가 완공되는 2020년 전후로 에틸렌 공급과잉과 마진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쓰오일의 투자 발표로 향후 국내 정유사 모두 에틸렌 생산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게 된다”며 “현재 NCC는 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하고 있지만 2022년 이후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세계 경제 성장률이 평균 3% 정도로 에틸렌 수요 성장은 4% 수준”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공급이 과잉될 수 있지만 계속 수요가 받쳐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경쟁력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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