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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하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자본시장법 및 상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배임, 업무방해, 뇌물공여, 배임수재 등 총 10개 혐의로 전날 하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하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그간 제기된 경영비리 의혹을 집중 추궁한 뒤 긴급체포한 상태였다.
검찰은 그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사장으로 재임하며 납품가 부풀리기와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채용비리, 협력사 지분 차명소유 등 각종 경영비리 위혹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KAI가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등을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며 부품 원가를 부풀려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또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 등 해외 프로젝트의 미실현 이익을 회계에 선반영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한 거승로 본다.
하 전 사장은 정·관계 인사와 전직 군 장성, 언론인 등의 청탁을 받고 부적격자 15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하 전 사장이 측근 인사들이 퇴사한 뒤 차린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 전 사장은 한 협력업체의 수억원대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아울러 하 전 사장 등 KAI 핵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명절선물 등으로 지급하기 위해 대량 구매한 상품권 가운데 수억원 상당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중순부터 KAI 본사와 협력업체 5곳 등에 3차례에 걸쳐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들을 줄소환했지만 방산비리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 전 사장까지 이전까지 피의자 5명에게 6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2건만 발부받는 등 신병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KAI 채용비리와 협력차 지분 차명소유 등 다른 혐의를 바탕으로 수사동력을 이어가 결국 하 전 사장의 신병확보에 성공했다.
반면 1년 넘게 도피생활을 이어가는 KAI 비자금 의혹의 ‘키맨’ 손승범(43) 전 인사팀 차장의 신병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KAI 해외사업을 총괄하던 김인식 부사장이 지난 21일 돌연 숨진 채 발견된 것도 수사팀에는 부담이다.
이제 검찰의 칼 끝은 방사청과 박근혜 정권 인사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하 전 사장은 2013년 5월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7월 검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되자 사임했다.
KAI는 총 18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무기개발 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을 수주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검찰이 하 전 사장의 박근혜 정권 로비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 전 정권 ‘사정’(司正)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