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은행권 인력이 크게 줄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년 6월말 현재 4대 시중은행 직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명 이상 감소했다. 국내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축소 등으로 영업실적이 호전되자 늘어난 재원으로 명예퇴직금을 주며 인력감축에 나섰다. 수익의 원천을 주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국내은행들은 그동안 저금리와 부실자산 증가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자 비용절감에 방점을 두고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은행들은 또한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으로 非대면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자 적자점포와 잉여인력을 서둘러 정리했다. 특히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이들과의 경쟁에 부담을 느끼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들을 솎아냈다.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크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 예상되면서 아무래도 감당 못할 인력을 끌고 가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이다.
올 상반기 은행들의 1인당 생산성이 크게 올랐다. 4대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 생산성은 7,035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향상되었다. 직원 2,300여명을 정리한 KB국민은행의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졌고, 민영화 전후로 실적이 좋았던 우리은행과 통합 후 조직 효율화를 추진 중인 KEB하나은행의 생산성도 좋아졌다. 이처럼 인력감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에는 한계가 있다. 꼭 인력감축이 아니라도 혁신기술에 의한 과학적 비용관리,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부실채권 최소화 등을 통해서도 경비절감을 할 수 있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직무방식의 변형을 통해 인력감축을 피할 수도 있고 사업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에서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으로 성장축이 바뀌고 있다. 스펙 좋은 고학력 인력이 쏟아지면서 고급 일자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으로서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란 점에서 차세대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이 돼야 한다. 당장의 이익실현이 급해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 이후의 환경변화에 대비해 인력들을 새롭게 교육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종전처럼 ‘문 열어 놓고 오는 손님 받기’ 식의 영업에 안주해선 안된다. 금융환경의 변화와 속도를 정확히 읽고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신수종사업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 원활한 자금조달 루트를 확보하고 유망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자산관리, 경영컨설팅, 구조조정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실물경제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또 하나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외국 금융사를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우리는 홍콩, 싱가폴과 달리 유망기업이 많아 영업에 유리하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기업이 즐비하다. 과감한 발상으로 진입장벽을 제거한다면 많은 외국 금융사가 들어와 우리 기업들에게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우리 청년들을 고용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이를 위한 법도 기구도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 정부들을 거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제조업의 주력산업들이 성장의 한계에 달해 3차 산업인 금융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커졌음에도 정부의 의지는 약했고 정치권도 그때그때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따가웠다. 그러는 사이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우리는 지금 많은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활짝 열고 외국 금융사들이 마음껏 뛰어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홍콩과 싱가폴은 증여세, 상속세가 없고 법인세는 각각 16.5%와 17%, 소득세는 각각 15%와 16%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증여세와 상속세가 있음은 물론 법인세는 22%까지, 소득세는 40%까지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것은 외국 금융사들이 몰려오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우리가 경쟁상대인 홍콩, 싱가폴을 따돌리고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를 구축하여 고품질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파격적 세제혜택 등 초강력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우리도 두바이처럼 외국 금융사들에게 규제프리존을 만들면 어떨까. 외국인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독자적인 입법, 행정, 사법체계를 갖춘 치외법권 지역을 조성하여 그곳에 한해 홍콩, 싱가폴보다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한다면 규제완화에 반한 외국 금융사들이 많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세수도 늘어나고 많은 고급 일자리가 생겨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 땅에 외국인들이 많이 상주하게 되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되고 국가의 신용등급 관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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