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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서 관리로'…건강기능식품 시장 연 10%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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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I 2016.12.05 06:00:00

생활수준 향상, 병 없어도 건강 챙겨
건기식 생산액 7년새 두배 증가
전문가 "4년내 일반의약품 시장 추월"
일반의약품은 생산액·종류 모두 줄어
신약 못지 않은 비용 탓 제약사 기피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연평균 10% 씩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3~4년 뒤면 정체상태인 일반의약품 시장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기 보다는 병이 없더라도 미리 건강을 챙기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건기식 시장 확대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건기식 7년 새 2배 커질 동안 일반약은 오히려 줄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월 발간한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건기식 생산 실적은 1조8230억원으로 2008년(8030억원)에서 7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건기식을 만드는 업체도 2008년 356곳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487곳으로 급증했다. 간 건강, 갱년기 건강, 과민성 피부 개선, 뼈 건강, 정자 운동성 개선, 혈당조절 등 특정 목적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도 2014년 기준 529개나 된다. 한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이라며 “지난해 가짜 백수오 사태가 전체 건기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시장에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종합감기약이나 소화제, 진통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비롯해 종합영양제 같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생산액은 2008년 2조5454억원에서 지난해 2조4342억원으로 7년 새 4.4% 줄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 종류도 7138개에서 5624개로 20% 이상 감소했다. 일반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까스활명수의 경우 지난해 생산액이 503억원으로 전년(517억) 대비 2.8% 쪼그라들었다.

일반의약품 시장이 하향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연구개발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은 ‘약’이기 때문에 신약개발에 준하는 임상시험을 하는 등 개발비가 많이 든다”며 “매출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외국 약을 들여오거나 특허가 풀린 복제약을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의약품 중에는 까스활명수(출시 119년), 아로나민(53년), 겔포스(42년) 같이 나온 지 오래된 약들이 여전히 대세다.

까다로운 규제도 제약사가 일반의약품 투자를 기피하는 원인이다. 약은 효능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혀야 하고 생산시설 기준도 지켜야 하며 광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실제 이런 탓에 한 제약사는 일반의약품 품목허가를 자진취소하고 성분만 조금 바꿔 건기식으로 다시 출시하기도 했다.

일반의약품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광고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반의약품 매출이 높을 것으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전체 매출 중 일반의약품 비중은 10~20%에 불과하다. 일동제약, 동국제약 같이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제약사도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30% 정도다. 한 제약사 언론담당 임원은 “일반의약품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이라도 새로운 형태나 사용법 개발에 적극적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런 새로운 제품을 베끼는 데 몰두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노바티스의 차(茶)처럼 마시는 감기약인 테라플루는 종근당(모드콜플루), 한미약품(타이롤핫)이 유사제품을 선보였다. 먼디파마가 선보인 요오드 성분의 인후염 치료제 베타딘 스프레이는 동아제약, 신일제약, 태극제약 등이 카피제품을 내놨다.

건강기능식품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홍삼 제품.(사진=정관장 제공)
◇진입 쉽지만 경쟁력 향상은 숙제

건기식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제약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는 일동제약, 유한양행, 한독, LG생명과학, 동아제약 등 12개 제약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종근당, 녹십자, 보령제약, 한미약품 등은 건기식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까지 두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건기식은 잘 되면 제네릭(복제약)이나 신약 개발보다 훨씬 작은 노력으로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기존 약국 유통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장진입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 제약사가 홍삼, 비타민미네랄, 프로바이오틱스 등 소위 말하는 ‘건기식 메이저 품목’을 팔고 있다. 그것도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OEM으로 납품받는다. 직접 연구·개발·생산하는 곳은 일동제약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팔긴 하지만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실제 매출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고 자연스레 연구개발은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한 소비자는 “제약사의 건기식 제품은 이름값을 빼면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건기식 전문 브랜드가 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질병치료서 건강관리로 이동…건식 시장 더 커질 것”

건기식 시장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헬스케어의 축이 질병치료에서 병이 생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건기식이 건강 관리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란과 상관없이 시장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으로도 제약사들이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화이자의 센트룸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약품이지만 미국에서는 건기식으로 팔리고 있고, 바이엘도 건기식 영양제를 만든다. 세노비스는 원래 호주 건기식 회사의 브랜드인데, 2008년에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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