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글로벌 M&A, 올해 2000兆 넘는다..7년만에 최대

이정훈 기자I 2014.07.19 08:50:18

WSJ, 전문가 인용 보도..7월초까지 53% 급증
지정학적 불안-규제 움직임 등이 변수될듯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기업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가가 뛰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M&A 시장 규모가 2조달러(약 2060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규모는 금융위기 직전이던 지난 2007년 이후 무려 7년만에 최대 수준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53%나 급증했다. 특히 헬스케어 부문에서의 M&A가 활발했는데, 올들어 341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0% 늘어났다. 이는 1995년 이후 19년만에 최대 규모다.

글로벌 적대적 M&A 규모(왼쪽)와 전체 M&A 규모(오른쪽). 올해 전체 M&A 규모는 전망치.


최근에도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가 540억달러에 아일랜드 업체인 샤이어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캐멀’과 ‘폴몰’ 등으로 유명한 담배업체인 레이놀즈 어메리칸도 이번주 ‘뉴포트’와 전자담배 ‘블루’ 제조사인 라이벌 로릴라드를 250억달러에 인수했다. 타임워너측에서 퇴짜를 놓긴 했지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폭스 역시 무려 8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M&A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대규모 M&A 딜은 제약업계와 담배업계는 물론이고 케이블, 이동통신 등 주요 산업의 큰 지형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로펌인 래텀앤 와킨스에서 글로벌 M&A 대표를 맡고 있는 마크 거스타인은 “기업들이 ‘더이상 기다리고 있다간 앞으로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M&A 활동이 뜸해지고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된 덕분이기도 하고, 최근 제약사들의 M&A에서 보듯이 해외사업 인수를 통해 자연스럽게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 일종의 세(稅)테크 수단으로도 M&A가 활용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뛰는 주가나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낮은 조달비용 등도 이런 추세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서 시장 변동성이 줄어든 것도 기업을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 사이에 밸류에이션에 대한 협의를 쉽게 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롭 킨들러 모건스탠리 M&A부문 글로벌 헤드는 “불과 2년전만해도 증시 변동성이 커 이런 딜을 하기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 시장은 큰 변동성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업계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 확장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 이런 M&A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월스트리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 올해 글로벌 M&A시장이 2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근 지정학적 불안이나 경제 불안 재연 가능성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미국 재무부가 법인세 절감을 위한 편법적인 M&A를 차단하는 행정명령 조치를 의회에 요구하고 나서는 등 규제상의 문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같은 M&A가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번주 1만8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듯이 M&A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적대적 M&A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4440억달러에 이르는 적대적 M&A 규모는 딜로직이 지난 199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