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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석유회사, `기름값 20%` 내릴까..넘어야할 과제는

김현아 기자I 2012.06.24 09:38:02

"저유황원유로 정제시설 거품 빼겠다"
"10만 배럴로 시작..국민연금 참여도 염두"
업계, 인하 폭보다는 상징성에 주목

[이데일리 김현아 한규란 기자]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이 지난 5일이후 2000원 대 아래로 하락했지만, 이란 사태 등으로 유가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가 직접 기름 공급자가 돼 현재보다 기름값을 20% 낮추자는 국민석유회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성공 여부가 관심이다. 1600만 명의 차량 소유자들이 1인 1주 갖기 운동을 통해 초기 설립자금 1000억 원을 마련, 정유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이 회사가 만들어지면 국내 정유 시장은 SK에너지(096770),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4사 경쟁체제에서 5사 경쟁체제로 바뀌게 된다. 국민석유회사는 ▲정제비용과 가격이 비싼 중동산 중질 원유 대신 값싼 캐나다와 시베리아 저유황원유를 도입해 원가를 낮추고 ▲각종 촉매제 등 부가산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회사 운영비를 충당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저유황원유의 공급이 풍부하지 않은 데다 ▲기름값의 50%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건드리지 않고 기름값을 20%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0만 배럴로 시작..국민연금 참여도 염두
 
이태복 국민석유주식회사 준비위 상임대표(전 보건복지부장관)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했지만, 정유사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힘없는 유통업체만 건드리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그간 5대(기름값, 휴대폰, 카드수수료, 약값, 은행 이자율) 거품빼기 운동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정유사들은 매년 조 단위 흑자를 내면서, 정부 정책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국민석유주식회사를 통해 중진국 수준인 우리나라 형편에 맞게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석유주식회사는 인터넷(www.n-oil.co.kr) 약정을 통해 1인 1주(1만원) 이상 갖기 운동을 펼친 후 8월 말까지 회사설립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존 정유사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국내 정제시설은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고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비싸게 원유를 사와야 하는데 반해, 우리는 저유황원유를 가져와 정제시설의 거품을 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산 저유황원유의 경우 아직 국내까지 연결되는 송유관이 없지만  내후년에는 가능할 전망이고, 시베리아 쪽은 가능하다"면서 "운송 역시 4일이면 충분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 설립이후 일단 10만 배럴로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SK 역시 처음 정유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자본금 300억 규모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태복 대표는 "준비위에는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회장과 윤종웅 전 하이트맥주 최고경영자 등도 참여하고 있다"면서 "일단 국민주를 모집한 뒤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1일 첫 기자회견 이후 국민 모금이 하루도 안돼 1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기름값 인하 폭보다는 상징성에 주목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내수시장은 과점체제로 보이나, 소비대비 생산능력이 20% 정도 앞서는 공급 과잉 시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한 기름을 해외에 내다 팔고 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55.4%, 80조 9685억 원이었다.

 
▲ 출처: 대한석유협회


 
 
 
 
 
 
 
 
아울러 지난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영업실적은 매출액 132조6877억 원, 영업이익이 2조9715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2%(리터당 영업이익 18.4원)에 그친다. 화학 등 비정유 부문을 포함한 정유 4사의 지난해 전체 실적은 매출액 146조287억 원, 영업이익 5조3203억 원이나 법인 전체 실적의 영업이익률을 봐도 3.6%에 불과해 다른 업종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유사들이 정유사업에서 영업이익을 한 푼도 안 내는 것을 가정해도, 기름값 인하요인은 리터당 18.4원 정도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의 절반인 1000원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건드리지 않고 기름값을 현재보다 20% 정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는 "국민석유주식회사가 기름값을 20% 내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캐나다와 시베리아산 저유황유는 아직 국내에 공급된 바 없는 데다 부족해서 우리나라가 들여오기 만만하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이태복 대표는 "우리의 활동이 활발할 수록 기존 정유사들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민주 회사로서 경영권 갈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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