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5일자 23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지난 2010년 11월11일 서울 항동 보금자리 사전예약에 어렵게 당첨된 김 모 씨(43)는 보금자리로 내 집 마련할 계획을 접기로 했다. SH가 애초 2014년 4월로 예정된 본청약 일정을 1년가량 연기했기 때문. 본청약 일정이 연기되면서 2015년 1월로 예정됐던 입주일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사전예약에 당첨된다 해도 입주까지 7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보금자리 정책이 헛돌고 있다.
현 정부는 집 없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보금자리지구를 조성했다. 그린벨트 지역은 땅값이 싸 분양원가를 최대 30%가량 줄여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장이 보상문제를 둘러싼 주민과의 갈등, 시행사의 재정난으로 사업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입주시기가 최대 3년가량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6차까지 조성한 보금자리지구 중 시범지구를 제외한 2,3,4차 보금자리지구는 대부분 사업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 2차지구…모두 사업 난항
2차 보금자리지구 중 부천옥길·시흥은계·구리갈매 지구의 경우 사업 시행사인 LH가 지난 2010년 4월 사전예약을 거쳐 올 2월 본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 일정을 올해 12월과 내년 상반기로 모두 연기했다. 주민과의 토지보상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현재 토지 보상이 평균 30% 정도 진행된 걸 고려하면 이 같은 LH의 계획 역시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같은 시기에 사전예약을 받은 서울내곡·서울세곡2지구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애초 보상을 빨리 끝내 건물 착공을 서둘러 입주를 앞당길 계획이었지만 보상작업이 지연되면서 2013년 6월로 예정된 입주시기는 1년가량 연기됐다.
경기 남양주 진건지구 역시 본청약 일정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본청약 공고를 올해 12월 이후 다시 공고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사전예약 당첨자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아직 보상에 착수도 하지 못해 본청약 일정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보상에 들어가기 전 주민과 감정평가사 선정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며 “일정이 늦어진 데 따른 민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3,4차지구…7개 지역 중 3곳 빼고 모두 사업 난항
3차 보금자리지구 중 SH가 시행을 맡은 서울항동지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애초에 예정된 입주시기가 2015년 1월에서 2017년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에 사전예약 했던 걸 고려하면 입주까지 최대 7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재정난을 겪는 SH가 올해 예산에 항동지구 보상금을 책정하지 못해 이 일정은 더 늦춰질 수 있다.
하남감일 지구 역시 올해 12월로 예정된 본청약 일정이 2013년 9월로 연기됐다. LH 관계자는 “최대한 보상 일정을 줄여 본청약을 일정을 앞당길 계획”이라며 “아직 사전예약을 받은 청약자에게 본청약 일정 변경 통보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지구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은 지난 2010년 6월 지구 지정이 됐지만 현재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LH에서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LH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3차 보금자리로 지정된 5개 지구 중 성남고등 지구와 인천구월지구를 제외하면 모두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성남고등 지구도 사업준공이 2017년 8월로 예정돼 현재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 지구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4차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된 하남감북 지구 역시 사업준공일을 2016년에서 2018년으로 2년 더 늦췄다. 주민과의 소송으로 지구계획수립이 1년가량 연기됐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내 지구계획수립, 주택건설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하지만 불가피하게 준공일은 1~2년가량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도 딜레마…“다양한 대책 마련할 것”
수도권 보금자리지구 곳곳에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거듭하면서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력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LH 재정난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보금자리가 민간 주택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변의 우려 역시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더는 수도권 보금자리 공급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검토 중이다. 사업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면서 민간 분양시장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양물량을 줄이고 임대물량을 늘리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더는 수도권 GB보금자리 지구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LH에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LH와 서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보금자리 지구의 임대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자수첩]보금자리주택, 원칙 없는 정부에 유감
☞혈세로 지은 보금자리 '가진 자가 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