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객B는 GS칼텍스 폴을 단 주유소에서 주유한 뒤 차를 몰고 가다가 차가 멈춰섰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 성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유소에 가서 가짜 기름을 팔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주유소 주인은 정유 4사 모두에서 휘발유를 공급받기 때문에 어느 정유사의 기름에 문제가 있었는지,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3) 주유소C는 S-Oil 폴을 달고 있다. S-Oil은 주유소C에 자사 간판을 무상으로 걸어주고, 포인트 카드와 제휴카드 할인 혜택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C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정유 4사 휘발유를 섞어 팔기로 했다. S-Oil은 주유소C가 경쟁사에서 공급받은 휘발유를 파는데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제휴카드 할인분을 지원해줘야 할지 난감하다.
앞서 열거한 1,2,3)은 6일 정부가 발표한 석유시장 경쟁촉진 방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 가능한 사례들이다.
◇ 全주유소 무폴주유소化, 실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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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유사간 석유제품의 품질 차이 유무 등 조사와 연구, 공청회 등을 거쳐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정유사들은 한 마디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저장탱크, 주유기 등의 제한없이 혼합제품을 판매할 경우 품질 관리 및 책임의 문제가 발생하고(고객B 사례), 정유사들이 각 제품에 대한 품질을 관리할 동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각 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포인트 적립이나 제휴 신용카드 할인 등 마케팅 혜택에 대한 지원이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주유소C 사례) 또한 소비자의 브랜드 또는 제품 선택권이 침해될 소지도 있다.(고객A 사례)
석유제품 공급가격 공개제도를 정유사에서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 대상별로 확대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영업기밀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고 정유업계는 항의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커피의 원가가 500원이라 해서 500원에 판매되지 않는 것은 커피점의 임대료, 인건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감안해 시장에서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가격 공개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개설, 일정 비율의 석유제품을 거래시장을 통해 거래하도록 의무화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특정제품의 일정량을 특정시장에 팔라는 규정은 거래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 알맹이 없는 replay..결국 `팔 비틀기`였나
정부는 이밖에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 공개시한을 2014년 4월까지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또 농협의 NH-OIL 폴에 이어 제6의 자가폴 주유소 설립을 지원하는 등 현재 6%에 불과한 원가절감형 자가폴 주유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은 대부분 지난 2008년을 포함해 고유가 비난 여론이 거세질 때마다 나왔다가 흐지부지 됐던 내용이다. 재탕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한 직후 정부가 세 차례나 미뤄왔던 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결국 정유사 팔 비틀기용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3개월여 동안 가격 비대칭성과 결정구조 등을 들여다봤다. 특히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자신이 회계사 출신이라면서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보겠다"고 나섰고, 최근 한 포럼에서는 "이익 나는 정유사들이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SK에너지는 이같은 압박에 못이겨 지난 3일 오는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리터(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4일과 5일 GS칼텍스, S-Oil(010950)도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한편 정유 3사가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론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로 화답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소비자시민모임(석유감시단) 관계자는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부의 세수가 증대된 만큼 정부도 유류세 인하를 통해 기름값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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