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태국이 국외로 유출되는 자금 제한을 푸는 등 이머징 국가들의 자국통화 강세 방어를 위한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후 속속 비슷한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 절상을 막기 위해 국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에따라 태국 기업이나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상한선이 늘어날 전망이며 기업들의 외환보유 한도도 확대되는 등 해외 투자 및 대출 관련 제한이 완화된다.
태국 바트화는 최근 13년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초강세를 지속했고 지난 주 중반 태국중앙은행이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강세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태국의 이같은 행보엔 지난주 일본이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 명분을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기습적으로 자국통화 방어에 나서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눈치만 봤던 이머징 국가들에게 계기를 마련해 준 것.
이미 브라질과 인도 등도 자국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각종 금융거래세 부과에 나서며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국을 비롯,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그동안 필요하다면 환율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태국 재무부는 태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중앙은행이 이미 개입을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바트화 강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일 현재 한 주 사이 1.5% 증가한 1572억2000만달러까지 늘어나며 올 1월8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조치가 바트화 강세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추세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일본도 환율방어를 위한 자구책으로 단독 개입에 나섰지만 국제공조 없이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환율 유연화를 강조했던 선진국 입장에서 스스로 룰을 어기면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번 주 예정된 유엔총회(UN)를 비롯,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선진국들이 마주하는 자리가 여럿 마련돼 있지만 공조체제 구축 여부는 미지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주말 한 세미나에서 "일본 홀로 엔화 강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홀로 개입할 경우 영향은 제한될 수 밖에 없으며 미국이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