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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주사'' 맞았는데… 왜 독감 걸리지?

조선일보 기자I 2009.01.14 10:22:00

WHO ''올 유행 바이러스'' 예측 빗나가… 엉뚱한 백신 접종
보고 안된 다른 바이러스 창궐… 환자 2배 이상 늘어
"어떻게 된거냐" 원성… 질병관리본부 "별 대책 없어"

▲ Gettyimages 멀티비츠
[조선일보 제공]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21~27일까지 독감 환자 유병률은 1000명당 15.39명으로 2007년 같은 기간의 1000명당 7.3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독감 인플루엔자 유행 판단 기준인 2.6명에 비해 7배 가까운 수준으로 인플루엔자 환자 통계를 낸 2000년 이래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작년 12월 기준으로 1000명당 2.79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독감 경보 2곳, 주의보 25개 지역을 발표한 바 있다.

올겨울을 앞두고 지난해 가을부터 1250여만 명이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이처럼 독감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보건 전문가들의 독감 유행 예측이 빗나가 작년 가을~겨울에 접종한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가 70%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독감 예방접종을 한 1250여만 명 중에서 약 30%인 375만 여 명은 백신 주사를 맞고도 예방 효과를 얻지 못해 독감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2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독감의 유형을 분석한 후 그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 9월에 각국에 통보한다. 이번 겨울에는 독감 중에서 A형 바이러스의 이형(異型)인 A/H1N1과 A/H3N2, 그리고 B형 1개로 예상돼 이들에 대한 예방 백신이 작년 9월부터 접종됐다.

하지만 WHO의 예상 일부가 빗나갔다. A/H1N1형 바이러스는 유행하고 있으나, A/H3N2 바이러스와 B형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매우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독감 환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독감 바이러스 전망이 빗나가면서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린 사람들은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권모(55)씨는 "작년 11월에 보건소에서 독감 접종을 받았는데 지난주에 독감에 걸려 사흘이나 앓아 누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 원장은 "2개월 전 독감 백신을 맞았던 동네 어르신들 중에 독감에 걸려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방접종을 하면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세계보건기구의 독감 예측이 빗나갔다. 우리나라로서는 취할 수 있는 대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처럼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위험군은 예방 접종을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일 내놓은 '인플루엔자 증가에 따른 감염 주의 당부'라는 보도자료에서 '노약자, 만성 질환자 등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굳이 독감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마스크 착용,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등 일반적이 독감 예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갑자기' 고열과 두통 등이 나타나므로 이런 증세가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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