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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점수는 깎였는데, 공모는 어디에 있었나 [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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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9.06 09: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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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결심공판
‘공모의 연결고리는 있었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세 분이 수정하고 계십니다.”

“안 된다고 해요.”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오간 문자다. 점수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당시 방송정책국장이 담당 과장에게 보낸 문자다.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 간부들이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낮추도록 지시하고, 순차적으로 공모해 TV조선에 불이익을 주려 했다고 본다.

그런데 점수 수정 움직임을 보고받은 국장은 “안 된다고 해요”라며 제동을 걸었다. 사전에 점수 조작을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과는 선뜻 맞지 않는 장면이다.

물론 이 문자 하나만으로 사건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형사재판은 전체 증거와 행위의 전후 관계를 종합해 판단한다.

다만 3년 넘게 이어진 재판을 거치면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조직적인 점수 조작 공모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지시와 연락은 어디에 있었을까. 여러 사람이 형사처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점수를 낮춰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TV조선 점수는 깎였는데, 공모는 어디에 있었나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사퇴 압박 받은 한상혁 전 위원장

당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과정도 논란이 됐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퇴 압박을 받았고, 임기를 불과 두 달가량 남긴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면직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최후진술에서 감사와 수사가 자신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실제 임기 만료를 앞두고 면직된 당사자로서는 이를 표적 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정치적·행정적 압박이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다만 면직 과정의 정치적 논란과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혐의는 별개다. 면직 자체가 형사혐의의 유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형사재판에서 따져야 할 것은 한 전 위원장이 실제 점수 조작을 지시했는지, 다른 피고인들과 이를 공모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입증됐는지다.

순차적 공모…연결고리는 어디에

검찰이 그린 공모 구조는 ‘한상혁→국장→과장→심사위원장→심사위원’으로 이어진다.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에 불이익을 주기로 마음먹고 사전조치를 했으며, 심사 결과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담당 국장에게 불수용 의사를 표시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후 국장과 과장이 심사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치고, 심사위원장이 일부 심사위원에게 점수 수정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시나리오와 형사범죄가 증명된 것은 다르다.

직접 연락이 없었다고 공모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으려면 각자가 같은 범죄 목적을 공유했다는 객관적인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특히 순차적 공모라면 각 단계의 행위가 다음 단계의 행위와 어떻게 연결됐는지가 설명돼야 한다. 쉽게 말해 한 전 위원장의 지시가 국장과 과장을 거쳐 심사위원장에게 전달되고, 다시 심사위원의 실제 점수 수정으로 이어졌다는 연결관계가 증거로 확인돼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순차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논리를 ‘보이스피싱 범행’에 비유하며 반발했다.

표현의 적절성을 떠나 재판부가 살펴볼 것은 명확하다. 각각의 행위가 실제 하나의 점수 조작 공모로 연결됐는지다.

‘미치겠네’ 발언…점수 조작 의도 입증했나

검찰이 한 전 위원장의 불수용 의사와 점수 조작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한 것이 “미치겠네, 큰일 났네”라는 발언이다.

TV조선이 기준 점수를 넘겼다는 보고를 받고 관용차 안에서 불만을 드러냈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발언의 출처와 진술 과정이 쟁점이 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주요 출처는 당시 관용차 앞좌석에 있던 수행비서다. 수행비서는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거나 특별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졌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진술 오염 가능성도 제기했다. 수행비서 본인도 자신의 진술 취지와 다르게 ‘미치겠네’라는 표현이 부각된 데 대해 괴로움을 호소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뿐 아니라 정확한 맥락과 진술의 신빙성, 실제 점수 조작의 고의와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6월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3년 6개월 정도 진행돼 2026년 9월 1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6월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3년 6개월 정도 진행돼 2026년 9월 1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점수 수정과 점수 조작은 다르다

점수가 실제로 수정됐다는 사실과 그 수정이 ‘조작’이었다는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를 사후적인 점수 조작으로 본다. 반면 피고인 측은 최종 평가표 확정 전 일부 심사위원들이 점수 수정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은 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수정했다고 주장한다.

심사위원 E씨는 지난 1일 결심공판에서 시청자들의 오보·막말·편파 방송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자신의 평가와 시청자 반응 사이에 괴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권익 보호’ 점수를 지나치게 후하게 줬다고 판단해 마지막 날 수정했다는 것이다.

외부의 감점 압박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평가를 다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점수에 삭선을 긋고 수정한 자료가 남아 있고, 같은 자리에서 점수를 올린 심사위원도 있었다는 점도 점수 수정의 성격을 판단할 때 함께 봐야 한다.

평가표 확정 전 점수 수정이 절차상 허용됐는지, 외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최종 결정은 전체회의…점수가 곧 처분은 아니다

방통위는 일반적인 독임제 부처와 달리 합의제적 성격을 가진 행정기관이다. TV조선 재승인 역시 외부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재승인 여부와 조건, 유효기간을 최종 결정했다.

한 전 위원장은 검찰이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하나의 독립된 안건처럼 구성한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체회의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에 관한 건’을 놓고 재승인 거부, 조건부 재승인, 단순 재승인 등 여러 선택지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사위원의 점수 수정이 곧바로 TV조선의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행위였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굳이 점수를 낮출 이유가 있었나

범행 동기를 놓고도 짚어볼 대목이 있다.

검찰 주장처럼 TV조선의 재승인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최종 처분은 왜 ‘재승인 거부’가 아니라 ‘3년 유효기간의 조건부 재승인’이었을까. ‘4년 재승인’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해도, 여러 사람이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점수를 낮춰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설명돼야 한다.

한 전 위원장부터 심사위원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공모했다면 각 단계의 행위가 같은 목적을 향했어야 한다.

점수는 수정됐지만 재승인이 거부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을 얻기 위해, 왜 이처럼 복잡한 방식으로 점수를 낮추려 했는지, 그 행위들이 하나의 범죄로 연결됐다는 증거가 무엇인지 설명돼야 한다.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모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동기와 결과의 불일치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TV조선에 비판적’과 ‘점수 조작’은 다르다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별도의 정치적 논쟁이 될 수 있다. 본인도 TV조선의 보도 태도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와 공직자로서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것은 ‘TV조선을 싫어했을 가능성’이 아니라 그 생각이 실제 불법행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한 전 위원장은 검찰이 ‘네 가지 사전조치’를 범행 동기의 정황으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상임위원들의 합의나 통상적인 심사위원 추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성향만으로 범죄의 고의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치적 성향이 실제 행정행위와 결합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원이 볼 것은 ‘공모의 증명’이다

TV조선 재승인 사건은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만 형사재판의 기준은 정치적 평가와 달라야 한다.

30여 차례 공판과 수십 명의 증인신문을 거친 만큼 재판부가 판단할 것은 증거다. 누가 무엇을 지시했는지, 점수 수정이 허용된 재량이었는지, 각자의 행위가 하나의 공모로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점수가 수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점수 조작 공모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모와 고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기준이다.

정치적 논란이 컸던 사건일수록 형사재판은 더 엄격하게 증거를 봐야 한다. 점수 수정이라는 결과와 그 과정에서의 형사상 공모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 간극을 증거가 충분히 메웠는지가 이번 재판의 판단 대상이다.

이제 법원의 판단이 남았다. 선고는 오는 11월 12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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